궁극의 ‘아재’ 연기… ‘돌저씨’ 빛낸 오연서

종영 ‘돌아와요 아저씨’서 전직 조폭 빙의役
망가짐 불사 코믹·애절 연기 시청자 뭉클

최근 종영한 SBS 수목극 ‘돌아와요 아저씨’는 시청률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태양의 후예’가 워낙 세다보니 ‘돌아와요 아저씨’와 ‘굿바이 미스터 블랙’ 둘 다 고전했다.

‘돌아와요 아저씨’의 마지막회 시청률이 2%대에서 그쳤지만 편성 덕을 좀 봤다면 이 정도로 침체할 드라마는 아니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잠깐 돌아와 다시 삶을 살아보는 ‘역송 체험’이라는 모티브가 괜찮았고 전개 과정도 볼만했다. 매회 끝날 때 보여주던 에필로그도 정성을 들인 게 역력했다. 


정지훈, 오연서, 이민정 등 주연들의 연기도 괜찮았다. 특히 오연서는 조폭 출신 식당 셰프인 한기탁(김수로)의 영혼을 한 채 절세미녀 비주얼로 역송된 한홍난 역을 맡아 톡톡 튀는 코믹연기와 애절한 연기를 아울러 펼쳐 눈길을 끌었다.

여자가 남자 연기를 하다보니 발성, 말투, 표정, 제스처까지 거친 상남자 김수로를 흉내내야 했다. 팔자다리로 걷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이른바 ‘아재 표정 4단계’를 보여준 ‘아재 빙의연기’도 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사이사이 미모와 몸매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소화해내며 패션센스가 돋보였다.

오연서는 남자 연기를 할 때는 한 없이 망가지며 킬힐 굽으로 상대 머리를 겨누기도 하는 등 코믹연기를 불사하면서도 한기탁의 그림자같은 과묵한 오른팔 최승재(이태환)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미모와 매력을 발산했다.

‘돌아와요 아저씨’는 거친 삶을 살았던 40대 남자 한기탁에게 왜 20대 절세미인의 몸을 주고 살게 한 이유를 오연서를 통해 입증시켰다. 한기탁은 항상 남자답고 보스다워야 했지만 여자로 환생하며 자신도 몰랐던 여성성을 발견하게 됐다. 그래서 한풀이하듯 오연서는 제 몸을 열심히 꾸몄다. 사랑하면서도 보내줘야했던 여자 송이연(이하늬)에게 여자가 되어 쉽게 다가갈 수도 있었다.

한기탁은 자신이 책임져야 했던 동생들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여자인 오연서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 진심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었다. 오연서는 이 중간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한기탁의 진심을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회에서 백화점 만년과장 김영수(김인권)가 다시 태어난 이해준(정지훈)의 귀환시간이 당겨지자, 한홍난(오연서)이 “쟤들(정지훈과 이민정) 작별인사는 하게 해줘야 할 것 아냐.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역송 시간을 나눠주었다. 그러면서 오연서가 이승에서 삶을 정리할 때는 뭉클함을 안겨주었다. 오연서는 때로는 코믹하고 유쾌함을, 때로는 인간애를 보여주며 드라마에 묻어들어갔다. 드라마를 선택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있는 오연서의 차기작 연기도 궁금해진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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