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공포영화 붐①] 때이른 러시…여름 성수기에 공포영화 자리 없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한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봄이지만 공포 영화들은 벌써 개봉 채비를 마쳤다. 오랫동안 여름 극장가에 들어앉았던 공포영화들이 한두 해 전부터는 4~5월 개봉을 자리 잡아 가는 분위기다. 이쯤 되면 ‘현상’이라고 볼만하다. 공포영화들의 때 이른 러쉬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지만, 영화 전문가들은 ‘공포영화=여름’ 공식이 깨어진 지 오래라고 입을 모은다. 공포영화들이 이렇다 할 흥행성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화를 필두로 공포영화들의 4~5월 개봉이 확정됐다.

지난해 4월 외화 ‘팔로우’를 시작으로 역시 외화인 ‘위자’, 한국영화인 ‘검은손’이 잇달아 개봉했다. 일찌감치 문을 열었지만 손님이 뜸했다. 이 영화들은 각각 누적 관객수 3만, 7만, 1만 명으로 흥행에는 참패했다.

이어 7월 초 개봉한 김성균 주연의 공포영화 ‘손님’이 82만8000명을 모았다. 2015년 공포영화 최고 흥행작이 됐다. 하지만 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이고 손익분기점이 180만 관객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기대치에 반도 못 미친 성적이었다.

올해도 흐름은 이어진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더 고스트 디멘션’(21일 개봉) 부터 ‘캄포스’ㆍ‘더 보이’(5월 개봉), ‘컨저링2’(6월 초 개봉)가 차례로 개봉한다.

영화 ‘캄포스’의 홍보를 맡은 한 관계자는 “한 해에 개봉하는 공포영화 가운데 개봉을 앞당겨서 미리 관객의 관심을 선점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올해의 첫 공포영화’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메리트도 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포영화의 봄 개봉은 ‘적자생존의 원칙’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여름 극장에 공포영화를 걸 자리가 없다”라고 일갈했다. 4~5월 극장 비수기를 선점한 영화가 많지 않을 때 대기하고 있던 공포영화들을 방출하는 배급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오 평론가는 “여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한국 기대작들이 많고 이를 피하는 것이 공포영화로선 바람직한 배급 방식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2014년 4월13일 ‘검은손’ 개봉 당시 주연배우인 김성수와 한고은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름 대작들을 피해 일찍 개봉한 것이 사실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들이 언급한 ‘여름 대작’이란 마블의 ‘어벤져스2’였다. ‘어벤져스2’는 그해 1050만 관객을 모았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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