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 첫방①] ‘그들만의 세상’ 연예계 다룬 드라마, ‘왜 또 연예계인가?’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방송가는 지금 ‘딴따라’ 세상이다. 미래의 스타를 꿈 꾸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다. 희로애락이 담긴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별에서 온 그대’(SBS)부터 ‘프로듀사’(KBS2), 20일 첫 방송되는 SBS ‘딴따라’까지 드라마의 주무대로 연예계가 낙점됐다. 배경은 방송국, 등장인물은 PD, 작가, 연예인이다. 방송 속의 또 다른 방송 이야기가 펼쳐지니 보는 재미도 두 배다.

선망의 대장이자 신비주의의 끝판왕, ‘연예계’=연예인은 돈, 명성, 인기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선망의 직업이다. ‘수저 계급론’이 뒤덮은 사회에서 아직까진 흙수저들의 신분 상승이 가능한 직업이기도 하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의 50%가 연예인을 장래희망으로 꼽았다. 불과 30년 전만해도 상황이 달랐다. 이른바 ‘딴따라’의 길을 걷겠다 하면 부모님이 뒷목을 잡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부모도 나서 아역부터 데뷔를 시킬 만큼 효자 직업으로 명실공히 자리매김했다.

사실 연예인을 내세운 드라마는 그간 꾸준히 나왔다. 연예계, 방송계는 대중의 관심이 높은 분야이면서도 ‘신비주의’로 대표되는 폐쇄적인 업계이기 때문이다.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성공회대 초빙 교수)는 “연예인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실체를 보여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이면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말로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나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선망하는 직업이 되면서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과거에 비해 연예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고, 가까워졌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노출됐다. SNS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상을 훑어볼 수 있는 장이 됐다.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며 누구나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이제 연예계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들어가고 싶은 세상’이 됐다. 시청자와 연예계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드라마 소재로도 연예계는 더이상 낯선 세계가 아니다.


“이건 내 얘기” 제작진도 만들기 편해=공감과 현실성은 ‘허구의 세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아무리 가공된 세계라 할지라도 시청자는 드라마에서조차 리얼리티를 찾는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연예계 이야기는 강점이 있다.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다루며 현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은 큰 흥행을 거두진 못했지만 리얼리티와 디테일 면에서 완성도가 높았다. 드라마국 PD가 주인공으로 나누는 대화나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리얼’했다는 평이다. ‘태후’의 김은숙 작가의 작품 SBS ‘온에어(2008)’ 역시 리얼리티 면에서 호평을 받은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첫 드라마 진출을 연예계 이야기로 시작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 방송계를 다뤘던 드라마 ‘프로듀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능 PD였던 서수민 PD가 처음 드라마를 연출할 때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본인이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방송계 이야기를 넣은 것 같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는 “의사, 변호사로 드라마를 만들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연출해도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며 “자신들의 이야기로 만들면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평은 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그들만의 세상’, 혹은 ‘내가 들어가고 싶은 세상’을 볼 수 있어 좋고, 만드는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로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어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비단 이 두 가지 이유로 한정할 순 없겠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그 가치가 책정된다는 것. 대중들이 원하는 뒷이야기를 얼마나 속 시원하게 해 줄 것이냐, 자신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리얼하게 풀어낼 것이냐. 20일 시작하는 SBS 드라마 ‘딴따라’가 안은 과제이기도 하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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