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TBC ‘이성계’ ‘별당마님’과 KBS ‘풍운’을 거쳐 MBC에서 ‘조선왕조 5백년’을 집필했다. 이밖에도 ‘사모곡’ ‘연화’ ‘인목대비’ ‘허씨부인전’ 등 많은 사극을 집필해 야사 중심이던 TV사극에서 정사 위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사극을 역사드라마의 본류로 만들었던 그는 실증과 고증을 바탕으로 왕조사를 풀어나갔고, 파란만장한 역사속에서 인물들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는데 능했다. 신 작가는 생전에 자신이 왜 정사 사료에 매달리며 정통사극을 썼는지를 밝히기도 했다.
신 작가는 ‘방송작가’ 2014년 6월호에 “정사 사료에 몰두하기 위해 ‘조선왕조신록’ 읽기에 도전했지만 당시는 국역이 되기 전이라 한자로 된 원전을 해석하는 게 큰 고통이었다. 한학에 정통한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내용을 숙지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역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를 쓰는 일보다 사료를 살피는 일이 더 고달팠다는 사실이 내 삶을 풍요롭게 했다”고 썼다.
신봉승 작가는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4백년간 애환을 담은 ‘타국’으로 한국에서 심수관을 유명해지게 만들었고, 일본에 끌려간 유학자 강항이 남긴 ‘간양록’을 썼다. 그는 드라마가 여성의 시청률로 승패를 가늠하던 시절, 남성시청자를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이는데 일조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강릉사범, 경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문학’에서 시·문학평론을 추천받아 등단한 후 ‘양식과 오만’ ‘직언’ ‘연산군시집’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