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김규옥 부산 경제부시장 겸 부산영화제 부조직위원장, 김범준 부산시 서울본부장 등이 참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2014년 10월부터 1년 6개월여 간 부산시와 영화계의 갈등이 이어졌지만, 부산시 측에서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자리는 이날 간담회가 처음이었다.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날 행사는 김 부시장의 모두발언 이후 급격히 기자회견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BIFF 파행의 원인이 부산시의 적절치 못한 대응에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들이 이어졌다.
김 부시장은 올해 영화제의 정상적인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 대해 “2014년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있었어도 지난해까지 영화제는 큰 갈등 없이 잘 치뤄졌다”라며 “올해의 갈등은 (지난해 말 이뤄졌던) 영화제에 대한 감사 조사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고발로 갈등이 표면화된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영화계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인들은 2014년 제19회 영화제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다이빙벨’의 상영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던 일이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다이빙벨’ 상영을 감행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재위촉을 막는 등 일련의 사태가 부산시의 ‘영화제 길들이기’ 아니냐는 시각이다.
앞서 18일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 영화인 비대위)’는 올해 10월 열리는 제21회 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과연 이 사안이 영화인들이 보이콧할 만큼의 사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할 것이고 올해 영화제는 어떤 형태로든 꼭 개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이콧을 발표한 범 영화인 비대위 참여 9개 단체 중 한 곳인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소속 배장수 상임이사는 20일 헤럴드경제에 “부산시가 진정성 있게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파행은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했다. 그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가장 중대한 화제인데, 부산시 입장이 ‘영화계가 보이콧 할 만큼의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한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부시장은 부산시와 영화제를 ‘발행인과 편집국’의 관계로 빗대 표현하기도 했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언급하며 “예술적 영역에서 독립성은 확실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기관으로서 공익적 관점에서는 행정적인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발행인의 사시(社是) 혹은 행정권, 편집국의 보도 독립성이라는 법칙이 지켜져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월 부산시장 당연직인 조직위원장 자리를 민간에 넘기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영화인들의 갈등으로 정관 개정이 미뤄졌고 현재까지 서 시장은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시장은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가 BIFF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가장 진정성있는 액션이고 후임을 세우는 과정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직위원장 자리는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서병수 시장의 ‘아바타’가 와서 영화제를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부산시와 영화계의 날이 선 대립에 영화제 실무를 담당하는 BIFF 집행위원회 측 한 관계자는 “조심스럽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모든 영화인들이 아끼는 부산영화제인데, 오죽하면 영화인들이 보이콧이라는 강경 대응을 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결국은 영화제를 지키려는 행동들이기 때문에 작게 하든 크게 하든 영화제는 꼭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