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개봉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한국 개봉 에 앞서 중국 영화제작사 C2M과 리메이크 판권 판매 계약을 맺었다. 중국 현지에서 최근 활발하게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곽재용 감독이 현재 중국판으로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개봉을 앞둔 ‘계춘할망’(감독 창)은 중국 리메이크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CJ E&M이 중국 최대 콘텐츠 기업인 화책미디어에 판매했다. 국내 영화 제작 초반 시나리오 단계에서 사전 판매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5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영화 완성작 판권 수출 가운데 리메이크 판권 수출은 지난해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31만 달러(한화 약 3억6000만원)이던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은 지난해 63만5000달러(한화 약 7억3000만원)로 증가율이 104.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판권(All Rightsㆍ극장 개봉과 비디오, DVD 등 부가판권 포함한 전 권리)이나 부가판권 수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리메이크 판권의 수출 총액은 전판권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크지 않지만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 눈여겨볼 만 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리메이크 판권 수출은 7건이었다. ‘세븐데이즈’, ‘몽타주’, ‘블라인드’, ‘수상한 그녀’, ‘댄싱퀸’이 인도에, ‘스물’은 중국에, ‘수상한 그녀’는 독일에 팔렸다. 전년도인 2014년에는 중국에 3건, 인도에 2건을 팔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유통팀의 김경만 대리는 “인도를 상대로 한 수출이 두드러졌다”며 “이전에 ‘추격자’나 ‘올드보이’를 무단으로 표절해 한국 영화인들 사이에서 ‘거래하면 안 되는 상대’로 낙인찍혀 있던 인도가 합법적으로 한국영화 리메이크 판권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인도에서 ‘아저씨’를 리메이크한 ‘록키 핸섬’이 흥행하면서 한국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리메이크 판권의 가격이 전판권이나 부가판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 시장 확대라는 측면보다는 ‘한국 콘텐츠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조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권과 합작영화 제작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의 시장이 성장하면서 리메이크 판권 수출액도 점차 커지기는 하겠지만, 한국 콘텐츠의 시장 확대 측면에서는 한국 자본과 해외 자본이 결합해 만드는 합작 영화가 더 평가받는 분위기”라며 “합작영화가 조금 더 고차원적인 해외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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