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vs러블리즈②] 퍼포먼스-‘대중성’ vs 감성 -‘마이너’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두 그룹의 성적표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트와이스 ‘치어 업(Cheer up)’은 공개 후 이틀 연속 8개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다. 러블리즈의 ‘데스티니(Destiny, 나의 지구)’는 25일 오전 멜론차트에서 9위까지 올라갔다가 오전 9시 기준으로 20위에 머물렀다.

차트 순위로 그들의 성패를 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단편적으로 콘셉트를 이유로 들 수 있다. 트와이스는 발랄하고 쾌활한 모습으로, 러블리즈는 청순한 숙녀의 모습으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이같은 차이를 떠나 ‘대중성’이라는 측면을 들여다 보면 결이 다른 답이 나온다. 

[사진=OSEN]

트와이스가 한층 업그레이드 된 퍼포먼스로 ‘대중성’의 정석을 보여줬다면 러블리즈는 감성이 섬세하게 파고든 ‘마이너’ 음악에 도전했다.

트와이스는 ‘대중성’이 강점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식스틴’으로 데뷔했다. TV의 강력한 전파력으로 인해 젊은 세대에게 이미 눈도장을 찍고 연예계에 입문한 셈이다.

이번 타이틀곡 ‘치어 업(Cheer up)’ 역시 힙합, 트로피컬하우스 등의 장르를 믹스한 컬러 팝(Color Pop) 댄스 곡으로 신나고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를 보여주고 있다. 펑키한 음악스타일과 화려한 군무는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이 전형적으로 내세웠던 요소라 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 역시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9명이 각각 다른 영화 속 여주인공을 연기해 9개 콘셉트를 볼 수 있다.

세대교체를 선언한 4세대 걸그룹이 익숙한 성공법칙을 그들만의 색깔로 내놓은 것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기에 더 좋은 요건들을 많이 갖춘 셈이다.

반면 러블리즈는 대중성보다는 섬세한 감성에 치중했다. ‘마이너’한 코드진행으로 윤상의 손길로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츄(Ah-Choo)’로 인기를 끌었을 때까지만 해도 대중적인 소녀 감성을 건드렸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사진=OSEN]

타이틀곡 ‘데스티니(Destiny, 나의 지구)’는 이제껏 러블리즈와 함께 해온 뮤지션 윤상을 주축으로 한 프로듀싱 팀 ‘원피스(OnePiece)’가 작곡, 전간디가 작사했다.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그루브를 차용해 이제껏 선보인 러블리즈 곡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한다. 다른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를 또 짝사랑하는 여자라는 안타까운 감정을 태양·지구·달의 관계에 비유한 감성 가사를 보여주고 있다. 안무 역시 ‘원’을 모티브로 해 섬세한 감정을 그 안에 표현해 냈다. 이른바 대중성에서 벗어난 과감한 시도다.

벌써 네번 연속 러블리즈의 프로듀싱을 맡은 윤상은 지난 25일 쇼 케이스에서 ‘과감하게 마이너 곡에 도전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서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회차가 거듭될 수록 이 친구들을 통해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나이와 관계 없이 완성하고 싶은 장르가 신스팝 계열이다 보니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러블리즈가 계속 1위를 못하고 있는 측면’에 대해서는 “저와 러블리즈 사이의 갭 때문에 러블리즈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림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얘기했을 때 반드시 1등을 차지한다고 해서 바로 앞에 있는 걸 다 얻은 것이 아니라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고 결과물들로 조금씩 다가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미 ‘대중성’을 갖추게 된 트와이스와 가수 윤상이 프로듀싱하는 그룹으로 더 잘 알려진 러블리즈. 추구하는 색깔과 그 의미가 다른 두 그룹은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들로 하여금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차트로만 보면 당장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중성’과 ‘마이너’가 공존하는 가요계는 더욱 건전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 하다. 서로 다르지만 두 그룹 모두를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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