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사’ 종영이 남긴 것, 2주기 맞은 ‘세월호’ 오버랩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tvN ‘피리 부는 사나이(이하 피부사)’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신하균의 협상 능력으로 인질 전원이 ‘무사히’ 착륙했다. 표절 논란과 1%대 시청률에도 불구 ‘무사히’ 종지부를 찍었다.

드라마는 첫 방송 당시부터 ‘시그널’의 뒤를 이을 만한 작품으로 조명 받았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잘 담았다는 평가와 더불어 스토리 전개가 엉성하고 뒷심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함께 나왔다.

픽션일 뿐인 드라마의 해피엔딩이 대중들에게 던지는 교훈은 훈훈했고, 드라마의 메시지가 던지는 여운에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사진=tvN‘피리부는사나이’ 최종화 캡처]

국가의 민낯, 그리고 ‘세월호’=“국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하는 게 국가입니다.”

지난 26일 방송된 tvN ‘피리 부는 사나이’ 마지막 회의 대사다. 주성찬(신하균)은 이렇게 말하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피리부는 사나이’로 정체가 드러난 TNN 뉴스앵커 윤희성(유준상)이 비행기 납치극을 벌이고 서울 도심에 추락하도록 계획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고위관료들은 비행기 연료가 다 떨어졌다면서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비행기를 격추시키자고 주장한다. 관료들은 “세상에 곧이곧대로 알릴 필요 없지 않나요? 피리남이 국제 테러 단체와 벌인 일로 만들면 국민들도 납득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사진=tvN‘피리부는사나이’ 최종화 캡처]

대사와 상황은 2년 전 대한민국을 절망 속에 밀어넣은 참사와 오버랩 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다.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비극이 빚어졌다. 정부는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위기 대응 시스템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2주기를 맞았다.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세월호 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의 언니 남서현양은 대한민국 헌법을 낭독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대한민국 헌법 제 34조 6항)”,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재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고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조에 있어서 그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된다.(존엄과 안전에 대한 4.16 인권 선언 5항 ’구조의 의무‘)”

비행기를 격추시키자는 고위 관료에게 주성찬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들이 국가를 불신하고 부정하게 만들 셈입니까? 그거야 말로 피리부는 사나이가 노리는 겁니다.”

지금의 국가는 신뢰받고 있을까, 세월호 참사로 잃은 건 아이들뿐일까. 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잃은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해준 대사다. 드라마의 결말이 개운치 않은 첫 번째 이유다.

[사진=tvN‘피리부는사나이’ 최종화 캡처]

대중의 민낯, 그리고 ’세월호‘=마지막 회 하루 전날 방송된 15화에서는 무관심한 대중을 질책했다.

윤희성은 13년 전 재개발 현장 강제 진압과 철거 당시 무관심했던 대중을 다시 재판대에 세웠다. 납치된 비행기의 착륙지를 일반 시민들의 인터넷 투표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서울의 부유층이 사는 K타워가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여명하(조윤희)는 윤희성에게 “비행기에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타고 있는데 왜 이러느냐”고 호소한다. 하지만 윤희성은 ‘바로 그 아무 잘못도 없는 대중을 겨냥한 것’이라고 답한다.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잊었느냐? 13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대중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눈길 한 번 준 적도 없다. 자기에게 닥친 일이 아니라고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대중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어봐야 부당한 일에 내 자식,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걸 모른 척하는 것도 죄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다”라며 분노한다.

‘그만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 목소리가 오버랩 됐다. 역시 ‘세월호’다. 지난 16일 같은 행사에 참여한 4.16인권선언 제정 특별위원회 위원인 미류는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우리가 빼앗긴 권리를,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를 말하기를 멈추지 말아주십시오. 그 목소리들이 세상을 밝히는, 진실을 밝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조사 위원회는 오는 6월 활동이 종료된다.

지난 16일 ‘세월호 2주기 추모행사’가 열린 광화문 광장. 궂은 날씨에도 불구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앞서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악은 피만 먹는 게 아니라 침묵도 먹고 산다”. ‘방관’하고 ‘침묵’하는 대중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꼬집는 대사였다.

신하균은 방송을 통해 이기적으로 변한 시민들에게 “친구라면 죽게 두겠냐”며 사람들을 설득했다. 드라마 속 사람들의 마음을 극적으로 돌려 신하균의 계획대로 비행기는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대중의 승리였다. 현실에서의 우리는 승리하고 있을까. 개운치 않은 두 번째 이유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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