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ㆍ워너가 韓영화 제작을?”…해외 진출에도 ‘파란불’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할리우드 영화의 국내 배급만을 담당해 오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한국 영화 제작에 팔을 걷고 나섰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과 하반기 개봉 예정인 ‘밀정’(감독 김지운)이 각각 20세기 폭스와 워너브라더스에 의해 제작됐다. 한국 영화의 잠재력을 본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막대한 자본과 전세계적 배급망을 유치한다는 한국 영화계의 기대감이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영화 ‘곡성’은 20세기 폭스가 제작ㆍ투자ㆍ배급을 맡은 한국 영화 네 번째 프로젝트다. 20세기 폭스는 2010년 나홍진 감독의 ‘황해’의 100억 제작비 가운데 상당 부분을 투자한 ‘부분 투자’ 형식으로 한국 영화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런닝맨’(2013), ‘슬로우 비디오’(2014), ‘나의 절친 악당들’(2015)에서는 한국 영화 공동제작 및 메인투자 프로젝트로 발을 넓혔다. 

토마스 제게이어스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IP) 대표 [사진제공=OSEN]

‘글로벌 큰손’들이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영화 시장 때문이다. 한국에선 지난 2013년부터 3년째 연간 2억 누적 관객수를 돌파하고 있고, 천만 관객이 드는 영화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20세기 폭스,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영화를 직접배급하면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평가도 쌓여 왔다.

지난 3일 ‘곡성’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이하 FIP)의 토마스 제게이어스 대표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아시아 로컬필름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며 “1990년대 이후 상업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장해 온 한국 영화계에는 재능있고 창의력 가득한 제작자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을 주시하면서 더욱 많은 작품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내한은 ‘곡성’ 시사회와 기자회견 때문이긴 하지만, 이번 주 내내 영화제작사들과 미팅 계획을 만들었다. 미팅을 통해 다음 영화들이 구체화될 것”이라며 “1년에 1편 정도로 제작하던 한국 영화를 2~3편 정도로 늘리고 싶다”고도 했다. 

영화 ‘곡성’ 스틸컷

워너브라더스도 최근 ‘워너로컬프로덕션’을 설립하고 로컬 영화 제작에 나섰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밀정’은 워너브라더스에서 처음 제작ㆍ투자하는 한국 영화다. 배우 이병헌과 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가제ㆍ감독 이주영)도 워너브라더스 제작이 확정됐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박효성 대표는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년에 한국 영화 5편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 배급망을 가진 스튜디오들이기 때문에 국외 개봉 등 해외 진출도 자연히 수월해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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