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갈등하더니, 이제는 엑스맨끼리도 싸우는 모양이다. 25일 개봉하는 ‘엑스맨:아포칼립스’(감독 브라이언 싱어)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능력의 제약’, 또는 ‘능력의 해방’=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세상은 돌연변이의 능력을 두려워하면서도 괄시한다. 돌연변이들은 사람들이 만든 전류가 흐르는 철창 속에서 투우 경기를 하는 신세다. 밖에서는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야 해코지 당할 일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돌연변이들이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학교 이름은 ‘영재학교’다.
서러운 엑스맨들을 자극한 것은 고대에서 깨어난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 그는 돌연변이의 몸을 옮겨다니면서 수천 년을 살아남고 자신의 능력의 가짓수도 늘려 간 ‘능력 콜렉터’다. 그에게는 다른 돌연변이의 능력을 빼앗는 파괴력도 있지만, 극대화시켜 줄 힘도 있다. 아포칼립스가 능력을 극대화시켜 준 돌연변이들은 “인간 문명을 뒤엎고 능력을 맘껏 펼치자”는 아포칼립스의 논리에 복종한다.
19일 오후 국내 시사회에 이어진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연결한 화상 간담회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사람들이 가지는 능력에 대해서 느끼는 관용이나 두려움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담으려 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아주 복잡한 면모의 캐릭터들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은 돌연변이들의 자유가 착취되는 어두운 면을 본 인물이고, 따라서 (능력을 제약하는 것보다) 다른 방식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를 설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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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능력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엑스맨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다.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줬지만 결국 정체가 탄로 나 가족을 잃게 된 그는 분노에 떨며 아포칼립스에 동조한다. 그러나 다시금 지켜야 할 사람들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포칼립스에 맞서게 된다.
동시에 가장 아쉬운 부분도 매그니토 캐릭터다. 그가 ‘능력의 제약’과 ‘능력의 해방’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지켜야 할 가족과 친구가 있다”라는 통속적인 이유가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돌연변이들의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고민에만 집중한 나머지 ‘인간세상’과 이를 구하는 히어로들의 ‘직업윤리’는 한없이 작아진 느낌이다.
새로운 얼굴은 반갑고 때깔 좋은 화면은 충분한 볼거리다. 인기 TV드라마 ‘왕좌의 게임’으로 알려진 배우 소피 터너가 텔레파시와 염동력을 지닌 진 그레이 역을 맡았다. 퀵실버(에반 피터스)가 폭발 현장에서 시간을 멈추고 돌연변이들을 구해 내는 2분 간의 장면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질적으로도 훌륭하다. 3D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이 입체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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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프리퀄’ 시리즈 완성=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동명의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창시자다. 오리지널 3부작 가운데 ‘엑스맨’(2000)과 ‘엑스맨2:엑스투’(2003)를 연출했다. 2006년 ‘엑스맨:최후의 전쟁’(감독 브렛 래트너)은 전국 누적 209만 관객을 모았다. 3부작은 전세계적으로 연달아 흥행하며 ‘엑스맨’ 신드롬을 일으켰고 DC코믹스의 배트맨ㆍ슈퍼맨, 마블의 아이언맨ㆍ캡틴아메리카 등과 함께 슈퍼히어로 세계관의 3대 축을 형성했다.
2009년 ‘엑스맨 탄생:울버린’(감독 개빈 후드)과 2003 ‘더 울버린’(감독 제임스 맨골드)은 시리즈 속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다뤄 세계관을 확장한 시리즈였다. 1편은 130만 명, 2편은 107만 명의 누적 관객을 모았다.
이후 2011년 엑스맨 주인공들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 시리즈 3부작의 첫 작품 ‘엑스맨:퍼스트클래스’(감독 매튜 본)가 나왔다. 2014년에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복귀해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연출했다. 2편은 전세계적으로 7억4000만 달러(한화 약 8790억 원) 흥행수익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431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곧 국내에서 공개될 ‘엑스맨:아포칼립스’는 프리퀄 시리즈의 완성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다음 ‘엑스맨’ 영화는 이번 영화에서 10년 정도 뛰어 넘어간 1990년대에 일어나는 일을 다룰 것 같다”라며 “연출을 맡을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어느정도 시리즈에 관여하게 될 것은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엑스맨’ 시리즈 국내 흥행 성적>
1) 오리지널 3부작
2000년 ‘엑스맨’ (서울 46만명)
2003년 ‘엑스맨2:엑스투’ (서울 57만명)
2006년 ‘엑스맨:최후의 전쟁’ (전국 209만명)
2) 울버린 시리즈
2009년 ‘엑스맨 탄생:울버린’ (전국 130만명)
2013년 ‘더 울버린’ (전국 107만명)
3) 프리퀄 시리즈
2011년 ‘엑스맨:퍼스트클래스’ (전국 253만명)
2014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431만명)
2016년 ‘엑스맨:아포칼립스’ (5월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