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th 칸영화제] 폐막 D-1, 박찬욱 ‘삼세번’ 수상 가능성?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개막 후 열흘간 영화계를 달군 제69회 칸국제영화제가 22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부산행’(감독 연상호), 비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곡성’(감독 나홍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가씨’(감독 박찬욱) 까지, 올해 한국영화 장편 세 편이 현지에서 열띤 호응을 얻어냈다. 그중에서도 본상을 두고 경쟁하는 ‘아가씨’ 수상 여부에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아가씨’, 박찬욱에게 세 번째 상을?= 박찬욱 감독의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은 2004년 ‘올드보이’, 2009년 ‘박쥐’에 이어 세 번째다. ‘올드보이’로는 심사위원대상, ‘박쥐’로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로서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특별부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경쟁부문 진출을, 같은해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단편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어 2002년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고 2007년 배우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직까지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전례는 없다.

‘아가씨’는 14일 오후(현지 시간) 영화제 공식상영을 마쳤다.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상영에 앞서 관객들은 “아가씨 표 구한다”는 등의 말을 종이에 적어 장사진을 이루는 등 ‘아가씨’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상영 후 베니스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엘레나 폴라끼는 “이번 칸 영화제 초청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었다”라며 “예상을 넘는 파격과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은 꼭 베니스로 초청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일 배급사 코흐미디어(Koch Media) 관계자는 “한마디로 순수한 영화적인 즐거움이 가득 담긴 작품으로 꼭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영화에서 보이는 미장센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Screen Daily)는 박찬욱 감독을 ”칸이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호평과 함께 ‘아가씨’는 칸 필름마켓에서전 세계 175개국에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영화 최다 국가 판매기록인 ‘설국열차’의 167개국 판매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아가씨’의 수상 여부는 22일(현지시간) 오후 5시반께 드러날 예정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23일 새벽 2시반이다. 

‘부산행’에 놀라고, ‘곡성’에 현혹되고…= 공유ㆍ정유미 주연의 ‘부산행’은 칸영화제 초반을 장식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은 13일 늦은 밤 상영됐다.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로 주목받은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다. 공유가 일에 골몰하다 딸과 사이가 멀어진 증권사 펀드매니저 석우로 분했고, 정유미, 마동석, 김수안, 김의성 등이 출연했다.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며 “다음에는 경쟁부문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겼다. 영화제와 함께 진행되는 필름마켓에서도 ‘부산행’을 향한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영화제 후반인 18일(현지시간) 상영돼 한국영화 상영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냈다. 나홍진 감독은 앞서 ‘추격자’(2008)과 ‘황해’(2010)로 연출한 장편영화 모두가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곡성’의 이번 영화제 진출로 나홍진 감독은 만드는 영화마다 칸에 진출하는 유일한 감독이 됐다. 


현지에서 공개된 ‘곡성’은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상영 후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박찬욱, 김기덕 감독처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나홍진 감독을 소개했다. 국제 영화계가 주목하는 감독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나홍진 감독을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비교하는 리뷰를 싣기도 했다. 또 메트로뉴스는 “도대체 ‘곡성’이 왜 경쟁부문에 안 올라갔는지 설명이 필요하며 악마에 홀린 듯 대단한 걸작”(제롬 베르믈렝)이라고 평했다.

스크린 데일리는 “최근 몇 년간의 한국 영화 중 최고라고 부를 만하다”(제이슨 베체베이즈), 버라이어티는 “지독하게 인간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는 클라이막스는 폴란스키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매기 리)라고 전하는 등 전세계 언론의 ‘곡성’에 대한 뜨거운 호평 세례가 쏟아지고 있다.

‘곡성’에 대한 칸에서의 호응과 함께 국내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곡성’은 개봉 10일째인 20일까지 누적 관객수 348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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