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팬들 기대치 이하땐 집중포화
‘치인트’ 종영때까지 싱크로율 논란
‘조들호’ 시의성 반영 변화줘 호평
지난 몇 해 사이 안방극장엔 원작드라마가 쏟아졌다. 이미 대중의 사랑을 받은 웹툰,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 안방을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목극 1위로 종영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하 굿미블), 월화극 1위를 지키고 있는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도 원작에 기반한 드라마다. ‘굿미블’과 ‘조들호’ 모두 동시간대 1위를 지키며 월화극과 수목극의 제왕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리메이크 드라마는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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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드라마는 이미 탄탄한 스토리로 검증을 받아 위험부담이 적지만 자칫 원작팬들을 실망시킬 수도 있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원작드라마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미생’,‘ 치즈 인 더 트랩’,‘ 굿바이 미스터 블랙’(왼쪽부터). |
업계 관계자들은 ‘잘해봐야 본전’이라고 말한다. 탄탄한 원작은 드라마의 성공 여부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지만, 원작 팬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집중 포화를 맞기 일쑤다.
성공한 원작을 손에 쥔 제작진의 고민도 깊다. 리메이크 드라마는 언제나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원작에 충실할 것인가, 적절히 각색할 것인가. 원작과의 싱크로율에서도, 스토리 각색에서도 실패한다면 출구는 없다.
▶캐스팅=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할수록 캐스팅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캐릭터의 ‘싱크로율’ 논란이 곧잘 따라붙기 때문이다. tvN의 ‘미생’과 ‘치즈인더트랩’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이 두 편은 캐스팅 단계부터 울고 웃었던 드라마다.
2014년의 메가 히트작 ‘미생’은 드라마 방영 내내 웹툰 속 캐릭터와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로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연출을 맡았던 김원석 감독은 당시 “원작자인 윤태호 작가와의 논의”를 거쳐 캐스팅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치즈인더트랩’는 캐스팅 단계부터 잡음이 많았다. 여주인공 홍설 역을 두고 숱한 여배우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원작 마니아들의 기대치를 채우진 못했다. 미쓰에이 수지부터 여주인공으로 낙점됐던 김고은에 이르기까지 ‘싱크로율 논란’이 내내 발목을 잡았다. 다만 드라마는 시작과 동시에 캐스팅 논란과 우려를 잠재웠다. 여주인공 김고은의 ‘홍설’은 웹툰 속 ‘홍설’ 못지 않게 사랑스러웠다.
▶결말=시작만 했다고 능사는 아니다.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향한 대중의 잣대는 보다 엄격하다. 스토리 전개 과정부터 결말까지 꼬투리 잡힐 일이 많다.
‘치즈인더트랩’은 드라마 초반 한국과 중국을 넘나드는 인기에 쾌재를 부르다 난데없이 산으로 간 드라마다. 중반 이후에 접어들며 시청자 게시판엔 극 전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급기야 원작자인 웹툰작가 순끼는 자신의 블로그에 원작에 충실하지 못한 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논란이 일었다.
극의 전개나 결말도 원작과의 싱크로율 즉면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걸 보여준 사례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웹툰을 원작으로 했던 ‘치즈인더트랩’이 드라마만의 결말을 맺어야 했듯 최근 종영한 MBC ‘굿바이 미스터 블랙’도 고민이 적지 않았다.
제작사 이김프로덕션 관계자는 “이미 원작 결말이 너무나 유명해서 결말을 내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굿미블’ 역시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논란이 됐으나, 제작진은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드라마)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각색=원작과의 싱크로율에 집착하지 않고 현실을 잘 반영해 호평을 받고 있는 원작 드라마도 있다.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다. 웹툰을 원작으로 삼았으나 시의성을 반영한 에피소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이정섭 PD는 “다른 드라마를 보면 웹툰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은데 저희 드라마는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배우들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것들이 나온다. 그런 독특함이 우리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애초부터 원작에 매이지 않는 노선을 택한 셈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때문에 웹툰 원작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현실반영 에피소드로 호평을 받고 있다. 유치원 쓰레기죽 논란, 옥시 사태 등을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캐릭터는 강화됐고, 스토리는 다채로워졌다.
원작 드라마를 연출한 지상파 PD는 “원작을 가지고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없다”며 “최초의 변화, 즉 이걸 어떻게 변화 시킬 거냐 하는 그 첫 번째 단계가 얼마나 원작을 안고 갈 것인지, 극 중 캐릭터, 극의 전개 등 많은 것들을 결정하기 때문에 원작을 가지고 가되 변주를 주는 초반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PD들도 고민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은지 기자/leun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