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오프 프라이스’가 한인의류업계 불황 탈출구?

거래 조건 갈수록 ‘빡빡’ 결제일 최대 90일 이상…납품기일은 30일 이내

TJX와 더불어 대표적인 오프프라이스 체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로스 매장.

TJX와 더불어 대표적인 오프프라이스 체인으로 성장하고 있는 로스 매장.

극심한 불황 탈출을 위해 LA지역 한인 의류업계가 당장 내린 처방은 오프 프라이스 체인 공략이다. TJX만 해도 연간 300억 달러가 넘는 매출 규모를 보이고 있고 이중 65%는 미국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얼핏 올바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해마다 200개 이상, 총 1500개 가량 매장까지 늘리겠다고 하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거래 관계를 맺는 것이 절실하다는 업주들이 많다.

실제 TJX나 로스(Ross)로 대표되는 오프 프라이스 체인과 거래해온 한인 업주라면 이들이 주는 달콤한 유혹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각 업체마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들 업체와 거래 관계를 시작하면 초기 주문은 스타일 1개당 5000장 안팎이다. 이후 몇달간 테스트를 거쳐 납품 능력을 인정 받으면 주문량은 20배 이상 수직 상승하게 된다.

각 스타일 당 보통 10만장에서 많게는 30만장 이상까지 받다 보니 자연히 공급하는 한인 업체의 매출도 급상승하게 마련이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르겠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가 않다. 지난 10여년간 한인 의류업계와 오프 프라이스 업체와의 거래 관계를 돌이켜 보면 상황이 조금은 쉽게 이해가 간다.

‘TJX’와 ‘로스(Ross)’로 대표되는 이들 오프 프라이스 체인들은 다행히 최근 10년 사이 LA지역 한인 의류업체들로 부터 납품 주문량을 크게 늘려왔다.

10년 전만해도 이들 업체들은 한때 LA지역 한인 업계에서 가장 큰 거래처였던 포에버21보다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사줬다. 하지만 지난 5년 사이 포에버21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대형 봉제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의 대형 의류 업쳉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늘리면서 그 틈새를 오프 프라이스 업체들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

제품을 사줄 곳이 많아 경쟁을 한다면 당연히 파는 업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비싼 곳에 팔겠지만 포에버21의 주문량이 해마다 빠르게 감소한 탓에 꺼꾸로 파는쪽이 많아지다 보니 당연한 TJX나 Ross역시 단가 인하 요구가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다. 업체마다 생산비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평균적으로 오프 프라이스 업체 납품을 통해 발생하는 영업 이익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제는 악명 높았던 포에버21 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인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 거래 업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영업 이익만 박한게 아니다. 결제 주기는 60일이지만 매달 말 결제 조건이 일반적이다. 만약 5월 1일에 제품이 배송됐다면 결제는 60일 후가 아닌 90일 후가 된다. 빠른 유행이 패션 유통 흐름을 쥐고 있다 보니 납품까지 주어진 시간도 짧다. 이들 업체는 일반적으로 미국 생산은 30~45일, 수입제품은 길어야 3개월까지 기한을 준다. 원단이나 부자재가 확보됐어도 생산을 마치고 납품하기까지 빠듯한 일정이다.

자칫 정해진 날짜에 제품 공급을 하지 못하면 벌금이 부과되고 이후 아예 거래 관계가 끊길수도 있다. 10만장 이상의 대규모 주문이 많다 보니 원단이나 부자재 구입과 봉제 주문 등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감안해 어느 정도 자본력과 경험을 갖춘 업체만 거래가 가능한 구조다. 자칫 무리하게 주문을 받았다가 취소 통보를 받게 되면 한순간에 회사의 문을 닫을 수 있다. 이경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