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사는 미국내 취업의 전제 조건인 전문직 비자의 활용법과 한국인 전용 전문직 채용 비자(E-4) 도입의 필요성, 그리고 이를 위한 한국·한인 기업의 지원방향 등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취지만으로는 상당히 좋은 행사로 보였지만 목적과 달리 ‘현실 감각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내 한국 유학생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할당량의 4배가 넘어 추첨제로 주어지는 취업비자 탓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국가의 정치력 부족과 한국및 현지 한인기업들의 선입견 때문이다.
유학생 중 H-1B 수혜자는 매년 전체 1.7% 정도라고 한다. 이 비중이 이렇게 적은 것은 우선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체결국들에게 제공하는 ‘자국인 전용 전문직 채용비자(E4)’가 없어서다. E-4비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 발행되는 특수비자인데, FTA체결국 중 한국은 수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비자는 취업도 쉽고 6년 이후 연장이 불가능한 H-1B와 달리 2년마다 경신할 수 있어 영주권 취득도 수월하다. 주요 무역대상국이자, 유학생 수만해도 15만명에 달해 중국, 인도와 더불어 3대 유학강국으로 미국에서 쓰는 돈만 연간 23억달러인 한국은 이 혜택을 이용조차 못하고 있다. 좀 더 쉬운 길이 있는데 H-1B라는 우회로만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및 현지 한인기업이다. 최근 유학생을 선호하는 기업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H-1B를 내주려면 기업의 경영 실태 등을 공개해야 하는 것도 있고 원칙적으로는이민에 필요한 각종 비용도 부담해야 하는데, 한국 지상사나 로컬 한인기업 대부분이 이를 꺼린다. 취업박람회에 가봐도 취업비자를 제공한다는 기업보다는 영주권이나 시민권 여부를 묻는 회사가 더 많다. 한국계 기업체들이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참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한인 커뮤니티 최대 고용주라는 은행도 그렇고 고용인수 기준 최대라는 LA다운타운 의류업계도 그렇다. 법이 바뀌는 것도 필요하지만 취업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장(한국및 로컬 한인 기업)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
행사를 주최한 LA 총영사관은 “모든 의견을 종합해 재외동포 관련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라고 했지만 지금 같은 한국의 외교력으로는 미국 정부와 이민국을 설득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 참가자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미국 이민국에 이런 정책이 있으니 알아야 합니다라고 했지만 사실 이보다 이민법에 더 정통한 한인이 부지기수다. 오랜 기간 미국에 터잡느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다보니 이민법 박사가 된 사람이 많다. 차라리 기업 관계자를 다수 초청해 한인 유학생 취업을 독려하고 해외인력도 곧 국가 자산이라는 인식아래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일정한 지원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낫다”라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