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영화 ‘조용한 돌풍’은 계속된다…‘싱 스트리트’ㆍ‘나의 소녀시대’ 30만 돌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각축전을 벌인 5월, 다양성영화가 좁은 틈을 비집고 ‘조용한 돌풍’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란히 다양성영화 ‘고지’인 30만 관객을 넘어선 음악영화 ‘싱 스트리트’와 대만 하이틴 로맨스 ‘나의 소녀시대’가 그 주인공이다. 관객 10만 명만 넘어도 ‘대성공’이라는 말이 붙는 다양성영화로서 이례적인 ‘쌍끌이 흥행’이다.

1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개봉한 ‘싱 스트리트’(감독 존 카니)는 31일 하루 410개 스크린에서 927회 상영되며 1만8546명의 관객을 추가했다. 이날로 ‘싱 스트리트’의 누적 관객수는 38만4760명이 됐다.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 전체 박스오피스 5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싱 스트리트’는 ‘원스’(2006), ‘비긴 어게인’(2012) 등을 연출해 ‘음악영화 장인’으로 불리는 존 카니 감독의 신작이다.

1980년대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싱그러운 소년들의 첫사랑과 ‘로큰롤’을 담았다. 경제가 붕괴되고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도시에서 찾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고, 희망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코너(페리다 월시-필로)가 친구들과 만드는 음악은 갈수록 성숙해지고 자신을 둘러싼 억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낸다.

343만 관객을 모으며 두달여 간 ‘롱런’한 ‘비긴 어게인’보다는 비교적 약한 흥행세지만 ‘원스’(21만 관객)보다는 티켓 파워가 세다. 배경을 1980년대 과거로 돌려 복고적 재미를 살린 것도 관람 포인트다. 듀란듀란, 아-하, 모터헤드, 더 클래식 등 당시를 풍미했던 음악과 새롭게 창작된 밴드의 음악들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지난해 여름 대만에서 개봉하며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나의 소녀시대’(감독 프랑키 첸)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는 31일까지 32만4282명의 누적 관객을 모았다. 종전까지 대만 영화 흥행 1위를 지켜 오던 ‘말할 수 없는 비밀’(18만 관객)을 가볍게 제친 스코어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한 ‘나의 소녀시대’는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기시감을 풍기지만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로 관객을 저격한다. 대책 없이 용감했던 학창 시절, ‘유덕화 부인’이 장래희망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송윤화)이 ‘학교 짱’ 쉬타이위(왕대륙)의 ‘첫사랑 밀어주기 작전’을 유쾌하게 그린다.

대만은 물론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개봉하는 국가마다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지난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국내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화계에선 ‘나의 소녀시대’의 인기가 여전한 복고 열풍을 대변한다는 평가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1994년이라는 배경이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와 같다”라며 “다소 유치할 수 있는 설정과 이야기지만 아직도 관객에게 소구하는 면이 있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청춘영화로 한동안 어둡고 아픈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지만 발랄한 하이틴 로맨스물에 젊은 관객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의 소녀시대’의 흥행에는 불량스러운 매력의 쉬타이위를 연기한 배우 왕대륙의 인기도 한몫한다. 왕대륙은 오는 5~6일 양일간 내한해서 국내 관객들과 만남을 갖는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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