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예능물 ‘외개인’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오는 5일 첫 방송되는 KBS 새 예능 ‘어느 날 갑자기 외.개.인’은 얼핏 보면 요즘 뜨는 외국인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면 새로움이 기대된다. 어느 날 갑자기 ‘외국에서 개그하러 온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외.개.인’은 한국 현역 개그맨들이 멘토가 되어 끼 많은 외국인을 선발해 실력 있는 개그맨으로 키워내는 ‘리얼 개그 버라이어티’다.

11인의 개그맨들이 4개의 팀을 이뤄 각각 외국인을 영입해 가르치게 된다. 각 팀은 인간성, 연기력, 에너지, 순발력 등 저마다의 기준으로 외국인 멘티를 선발할 계획이며 향후 팀별 개성이 묻어난 교육 방침으로 트레이닝에 나선다고 한다.

외국인을 개그맨으로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개.인’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촬영에 참가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획된 부분들이 잘 진행된다면 재미도 있고 새로움과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외국인이 나오는 예능은 한국말을 잘 못하는 데서 오는 에피소드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외.개.인’은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지니고 있다.

김준현은 “언어소통에서 오는 웃음을 넘어 타향만리에서 이 정도의 열정과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 감동을 주고 열정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김상미 PD는 “수준급의 (개그를 선보인) 외국인들이 많았다. 코미디는 그 나라 문화를 통달해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외국인들이 하는 공개 코미디, 멘토끼리의 경쟁도 볼만하지만 모두 다 다른 스타일의 개그를 하는데, 그것을 보는 맛이 있다”면서 “우리는 완성본으로 개콘이나 웃찾사,코빅을 보지만 웃음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재밌게 그려질 듯하다”고 전했다.

‘비정상회담‘이 성공한 것은 외국인들이 나와서 단순히 한국말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겨루는 수다 형태가 아니라, 특정주제에 대한 토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문화, 가치들이 나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기도 했다. 가령, 타일러 라쉬가 “(채용지원시) 이력서에 왜 사진을 부착하느냐? 미국에서는 차별이라 생각해 고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우리는 이력서에 사진은 기본이고 동영상까지 요구하는 데도 있다)

‘외.개.인’에서도 외국인들이 보여주는 개그로 인해 우리 머리속에 박혀있는 코미디의 개념과 영역을 새롭게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개.인’에 나오는 한국 개그맨들도 개콘 뿐만 아니라 코빅, 웃찾사 등 외부 코미디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유민상은 “외국인이건, 정말 외계인이 들어오건 경쟁을 해서 실력있고 제일 재밌는 사람이 나가는 거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가요가 다양한 장르로 발달하려면 팝송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개그에 외국인을 단순히 끼워넣는 게 아니다. 우리 개그를 확장하기 위해 외국인을 향한 창을 닫아서는 안된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를 보면서 우리의 코미디의 범위나 스타일이 매우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개.인’이 외국인들의 열정과 실력, 다양성을 잘 담아낸다면 우리 개그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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