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의 실사영화 ‘정글북’(감독 존 파브르)이 9일 국내 개봉한다. ‘정글북’은 현재 전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7주차까지 3억4767달러(한화 약 4020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주토피아’, ‘캡틴 아메리카’에 이어 2016년 디즈니 흥행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다. 주인공인 모글리(닐 세티)를 제외하고 영화의 모든 요소가 최첨단 컴퓨터그래픽(CG)로 구현돼 실제 정글세계를 마주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워너브라더스도 30일 ‘레전드 오브 타잔’을 개봉할 예정이다. ‘밀림의 왕’이었으나 이제는 문명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해 런던 도심에 살고 있던 타잔이 밀림을 지키기 위해 인간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흔히 알고 있는 타잔의 ’뒷이야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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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하는 ‘정글북’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제공] |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가 ‘배트맨 대 슈퍼맨’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이후 정글 소년들의 이야기로 또 한 번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동물 사이에서 자란 인간이라는 소재는 ‘정글북’과 ‘타잔’의 공통점. 시기로 따지면 1894년 발간된 러디어드 키플링의 ‘정글북’이 1914년에 나온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즈의 ‘타잔’보다 앞선다. 앞선 16세기와 17세기에도 야생에서 자라난 때묻지 않은 인간이 문명 세계로 들어와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준다는 설정은 연극 등에서 때때로 등장했다.
‘정글북’은 이러한 소재의 작품 가운데 최초로 성공을 거둔 소설이다. ‘타잔’은 ‘정글북’의 영향을 받은 장르 소설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정글북’은 총 7편의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중 가장 친숙한 버전은 디즈니에서 1967년 제작된 클래식 애니메이션. 인간 소년 모글리가 정글의 무법자 호랑이 쉬어칸에게 쫓겨 인간세계로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요 에피소드로, 2016년 판 ‘정글북’과 거의 유사한 플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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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봉하는 ‘레전드 오브 타잔’ 스틸컷[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
‘타잔’은 극장판 영화만 100여 개에 달하고 TV 시리즈나 비디오까지 포함하면 300작품을 훌쩍 넘는다. 문명비판적인 메시지가 강했던 ‘정글북’에 비해 ‘타잔’에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독특한 고함소리, 근육으로 다져진 몸매, 정글을 호령하는 모습, 제인과의 로맨스 등이 대중적인 인기 요소로 굳어졌다. 인정사정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을 상대로 밀림을 구한다는 줄거리도 타잔의 ‘슈퍼 히어로화’를 이끌어냈다.
‘정글북’과 ‘타잔’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버전마다 변형을 거듭해 오기도 했다.
논문 ‘영화 속 고귀한 야만인에 대한 연구-정글북과 타잔을 중심으로’(2014)를 발표한 이윤희 동덕여대 미디어디자인학과 교수는 “‘타잔’같은 경우 19세기 초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요소가 많았다”라며 “하지만 점차 현대인의 감수성에 맞게 그러한 부분이 수정되고 변경되고 있다”고 말했다.
1900년대 전후로 등장한 소설이 현대까지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테크놀로지가 발달할수록 문명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그런 공포가 있을수록 문명에서 벗어난 인간에 대한 판타지가 계속 생겨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