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김흥국 예능이 왜 잘먹힐까?

-그의 토크와 요즘 예능 트렌드와의 접목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요즘 김흥국은 핫하다. 예능 대세니, 예능 치트키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김흥국은 오랜 기간 해오던 방송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이다. 김흥국은 인명과 지명, 영어 단어를 이상하게 발음해 그것 자체가 어록이 되고, 예능이 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김흥국이 조세호를 ‘프로불참러’라는 캐릭터로 크게띄워준 이후 시점부터는 확실히 달라졌다. 예능 프로그램 섭외가 훨씬 잦아졌다.

여기에는 요즘 예능 트렌드와 접목된 부분이 있다. 김흥국이 트렌디한 언행을 선보인 게 아니라, 김흥국이 오랜 기간 해오던 막무가내식 언행이 요즘 방송 트렌드와 연결되면서 붕 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구 던지다 하나 얻어걸린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요즘 예능 토크쇼는 틀에 박힌 걸 싫어한다. 공식화된 토크쇼는 이제 시효를 다했다. 김흥국의 맥락없는 무정형 토크가 이런 트렌드와 부합하는 부분이 생겼다. 이런 게 오히려 잘 먹힌다.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그렇다.

대본을 안 읽어보고 오고, 와서 딴소리 하고, 무성의하고 무례하기도 하고, (토크를) 막던지는 ‘뜬금포‘ 방송 스타일. 김흥국이 정형화된 뭔가를 깨트리는 역할을 잘한다는 얘기다. 방송중 그냥 퇴근해버려 ‘퇴근 면허’를 가지게 된 것도 새로운 캐릭터로 오히려 신선해졌다.

김흥국은 판을 어질러놓고 ‘깽판’ 단계로 나가는 법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이게 방송에서의 강점이다. 전복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꼬랑지를 내리며(사회자의 권위를 인정하며) 안정, 보수 체제로 접어드는 스타일이다.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얌전하게 방송하는 게트트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어찌 보면 김흥국은 매우 영민한 방송인이자 예능인이다. 방송 메카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고 덤비는 스타일이다.

김흥국은 요즘 예능 게스트로 나오면 더욱 신이 났다. 자신이 말하면 뜬다는 자부심이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게스트들을 계속해서 툭툭 건드려본다. 김구라가 맥락이 있게 상대를 쑥 치고들어오는 스타일이라면, 김흥국은 맥락 없이 들이댄다.

그런 김흥국이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웃음도 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면 방송인의 큰 장기다. 그가 하는 말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볼 것도 없고, 의미부여를 할 필요도 없다.

김흥국은 구사하는 용어나 토크 내용도 단순한 편이다. ‘으아’와 ‘들이대’를 기본으로 한다. 노래도 가끔 신곡을 발표하지만, 아직 ‘호랑나비’(1989년) 한 곡으로 먹고사는 가수다. 요즘은 대한가수협회장(5대) 관련 토크가 더해져 있기는 하다.

김흥국의 외모와 표정도 플러스 요인이다. 탈모가 진행되고, 눈꼬리는 내려가고, 세파에 시달린 얼굴은 이 땅의 평범한 중년들을 대변(?)하는 표정이다. 그 얼굴에는 가족들을 외국에 보내놓고 기러기 생활하는 외로움이 배어있다.

김흥국이 요즘 맞이하고 있는 ‘제5의 전성기’는 계속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위태로운 부분도 있고. 이 자체가 식상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떤가. 핫하지 않을 때에도 방송에서 버텨내고, 지금까지 살아남아온 김흥국 아닌가.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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