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동상이몽’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핵심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취지는 너무 좋다.10대 자녀와 부모의 고민을 일상 관찰 및 토크 형식으로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이 프로그램은 부모와 자식의 상반된 입장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세대간의 소통 강화에 일조할 수 있다.

이것은 양쪽의 입장을 제대로 들어볼 때라야 가능한 얘기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보고 갈등과 시각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가족끼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은 역지사지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가족구성원간 사이가 틀어진 결과와 상황 중심으로 양식화된다면 오히려 가족간의 불화가 이상한 형태로 노출될 수 있고, 막장가족으로까지 비춰질 수 있다.

특히 맥락은 거세된 채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이야기가 확대재생산되는 인터넷과 SNS 소비구조에서는 더욱 조심을 요한다.

7년째 캠핑을 즐기고 있는 아버지와 이를 반대하는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와 가족에게 갖은 구박을 받아 고민이라는 5자매 ‘넷째 딸’ 여고생의 사연을 소개했던 지난 7일 방송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틈만 나면 아내와 아들을 산속 캠핑장에 데려가놓고 막상 캠핑장에서는 아내와 아들을 소홀히 대해 가족들의 불만을 산 캠핑 아빠 사연은 아내와 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이상한 아버지다.

이거야 말로 캠핑중독 아빠에 의해 이뤄지는 강제캠핑이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이웃 텐트로 가서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술까지 마시며 놀고 있는 이 아빠를 보면서 패널과 시청자들은 “뭐 저런 아빠가 다 있어?”라고 했을 것이다. 엄마의 독설은 이해가 됐지만 남편을 막 대하는 모습은 막장극처럼 보기 불편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빠 입장에서 보면, 캠핑 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충분히 이해됐다. 주말 캠핑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못보내는 데 대한 아빠 위주의 해결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캠핑 가족 이야기는 처음에는 고구마를 줬다, 그 다음에는 바로 사이다를 주는 셈이다. 이런 도식화는 진짜 상황의 갈등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를 삼고, 나중에 풀어주는 방식이다. 센 갈등을 만들어내는 임성한 작가의 막장드라마 방식과 유사하기도 하다.

처음부터 직업 성격상 주말에도 캠핑장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아빠가 캠핑장에서의 불만을 가진 가족들과의 의견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입장 구도로 갔어야 했다. 좋은 회사원이자 좋은 아빠이고 싶은 것의 어긋남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쓸데 없는 자극적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아내와 아들 입장이 나왔을 때 패널들은 아빠를 많이 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에게 안해도 될 비난을 가하게 됐다. 그리고는 바로 아빠를 이해해야 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조금만 균형감각을 잃어도 출연자가 큰 욕을 먹을 수 있다. 

‘현대판 콩쥐’ 사연은 콩쥐라는 한쪽 입장만 부각시켜 팥쥐 트리오를 막장자매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했다. 실제 너무 심한 언니들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럴만한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가족외식을 ‘넷째 딸’ 다롬이만 빼고 해놓고는 엄마는 “깜박 잊었다”고 말한다.

양쪽 입장을 잘 정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여줘 가족간의 불화를 제대로 봉합해주지 않으면 가족들이 욕을 먹을 수 있다. 팥쥐자매들을 악마처럼 보이게 하고, 엄마는 개념 없는 사람이 되는 건 매우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 가족들이 ‘동상이몽’에 굳이 나갈 필요가 있을까.

이처럼 ‘동상이몽‘은 세심하게 접근하지 못하면 오히려 출연이 가족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닌, 또다른 가족화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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