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11회에서는 아내 문정아(나문희)가 남편 김석균(신구)을 놔두고 떠나버렸다. 세계일주 하자는 자신의 부탁은커녕 아내를 평생 머슴처럼 부려먹은 데 대한 반란이었다.
신구는 가출한 아내를 찾아가 “내가 뭘 잘못했냐? 1순위는 부모였고 2순위는 형제였는데”라고 따졌지만, 나문희는 “그럼 형제들이랑 살아”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신구는 아내 친구와 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위해 밥과 청소를 해달라고 시키는 진상 짓을계속했지만, 아내의 가출시간이 길어지면서 신구의 마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일주는 못하지만 중국과 일본여행을 같이 가자고 했고 수천만이 들어있는 은행통장도 건넸다. 하지만 아내 나문희는 이를 돌려주며 귀찮다며 잠만 잤다.
신구는 주현과 술을 마시며 “문정아, 나쁜 년. 평생 날 길들여놓고, 자기 없이 못살게 해놓고는..돈 다줬는데도 싫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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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여기서 깨달아야 한다. 한탄하고 후회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50년을 같이 살고도 아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이 남자,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답답할 지경이다.
한평생 남편과 자식, 시부모를 챙기며 살았던 문정아(나문희)는 비로소 자신 마음대로 흑맥주 한 병 먹고 싶어 집을 나온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정체성이다. 누군가에게 복수처럼 보일지 몰라도 문정아는 제 인생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한편, 이말 방송에서는 박완(고현정)이 어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내용도 다뤄졌다. 박완은어른들의 이야기를 행복하고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 같은 엄마, 배려심 많은 어머니, 희생의 대명사 등으로 어른들의 인생을 자신이 정한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를 강력히 거부했다. 조희자(김혜자 분)는 “그건 가짜야. 난 애들이 괘씸해”라며 자신의 외로움을 토로했다. 이어지는 어른들의 푸념은 고된 시집살이, 한 많은 인생사 등 막장 드라마와도 같았다.
짠하고 비참하며 구질구질한 어른들의 삶을 들으며, 박완은 결국 폭발했다. 그러나 곧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막장이야”, “자식과 부모의 전쟁이지”라고 하는 어른들의 말처럼,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도, 고단하고 구질구질해도 그게 바로 인생이었다.
예쁘게 포장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진짜 인생. 박완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쓰기로 결심했다.
이날 어른들의 삶은 온전히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자식들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심 많은 어머니도 없었다. 조희자는 뒤늦게 자식들이 속상해할까 봐 걱정을 했지만, 박완은 “자식들도 알아야 해. 이모의 긴긴밤 외로움을”이라고 하며 오히려 조희자의 인생을 응원했다.
젊은 교수 친구들을 향한 오충남(윤여정 분)의 복수전은 화끈했다. 오충남은 박교수(성동일)의 예술작품인 도자기를 화채그릇으로 사용하고, 그림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라며 복수를 했다. 이어진 박완의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가슴 깊은 곳을 찔렀다. 앞서 박완은 “무슨 복수냐”며 오충남을 걱정한 바 있다. 박완은 “’곧 죽을 인생이니, 끝날 인생이니 그냥 살던 대로 조용히 살라’는 어른들에 대한 젊은 우리들의 바람은 또 얼마나 잔인한가”라며 어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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