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 하반기가 더 힘들다?

대형 유통사들 올 상반기 실적 최악

단가 인하 요구 더욱 거세질 듯

다품좀 소량, 빠른 납기 추세 가속화

F21레드3

“벌써부터 납품 값을 깎고 있네요” “2달 이내에 납품하라는 건 해외 생산을 포기하란 소리죠” “가격은 깎고 제품 개별 수량은 줄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여기 저기에서 아우성이 들리고 있다.

중대형 의류 유통 업체와 거래중인 한인 업주들의 한숨 섞인 이야기다.

그나마 저런 푸념이라도 늘어 놓는다는 것은 거래할 곳이 많다는 소리가 아니냐며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업체도 있는 것을 보면 LA지역 한인 의류업계가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괜한 소리가 아닌 듯 싶다. 이미 상당수 중대형 유통업체들은 하반기 판매할 상품의 공급 계약을 한인 의류업체들과 체결 중이다. 매년 그래왔지만 올해는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5~10%가량 가격을 더 깎거나 연간 전체 공급 가격 중 3~5%가량을 입고및 보관비로 부과하는 것이 이제는 대형 업체들의 일반적인 거래 관행이 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공급 주기를 2주에서 심한 경우 한달 이상 단축 시켜달라는 요구까지 더해지고 있다.

과거 12~15주 정도 됐던 공급 주기가 최근들어 12주에서 심한 경우 6주까지 당겨졌다.

일반적으로 단가 절감을 위해 중국 등 해외 생산을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간은 최소 석달, 즉 12주는 소요된다. 최근 빨라진 공급 주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음 시즌을 미리 예측해 이미 제작됐거나 제품을 만들고 있어야 납품이 가능한 구조다.

LA 등 미국에서 생산해도 버가운 건 마찬가지. 과거 처럼 경기가 좋아 원단 업체들도 양질의 제품을 다양하게 미리 수입해 와 의류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구조라면 대형 업체로 부터 계약을 받아 생산해 납품하는데까지 빠르면 1주일 길어도 3주면 가능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단 수입 업체 역시 몇년사이 판매가 급감해 재고 부담이 커져 주문을 주문을 받은 후 중국이나 한국 등 주요 거래처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원단 생산 국가 업체들이 다행히 필요한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면 2주 정도 후면 생산을 시작할 수 있지만 이들 업체 역시 재고 부담으로 주문 후 생산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원단 제작을 위해서는 최소한 4주가량 필요하고 여기에 해상을 통한 물류와 통관에 2~3주를 더하면 아무리 빨라야 7~8주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을 독촉한다고 해도 1주일 정도는 추가로 필요해 납품까지 8~9주나 걸린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은 “경쟁은 심하고 판매는 부진한 현재 상황을 감안해 보면 유통 업체들의 요구가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며 “하지만 가격은 해마다 깎고 납품 주기는 빨라지고 있지만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업계의 인프라는 갈수록 붕괴되고 있는 상황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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