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리보는 2020년 7월 LA한인의류업계

뼈를 깎는 구조조정 거쳐 위기 극복 후 재도약 발판 마련

글로벌 의류 소싱의 중심지로 기틀 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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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접어든 LA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는 이후 몇년간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못했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중소규모의 리테일 업체들의 연이은 파산과 함께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고객들의 발길도 해마다 큰 폭으로 줄었다.

아마존닷컴을 비롯한 온라인을 통한 의류 판매도 활성화 되는 터에 이에 대한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대부분의 한인 의류 도매 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커졌다. 여기에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주 전체의 강화된 노동법 규정과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의류업계의 큰 디딤돌 역할을 해온 봉제 인프라도 빠르게 붕괴됐다.

2년 넘게 위기를 겪던 한인 의류업계는 201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당시 겪던 위기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하나 둘씩 마련해 실천해 나가게 됐다.

4년이 지난 2020년 7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을 넘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LA한인의류업계의 모습을 조금 앞서 미리 예상해 봤다.

현지 생산 인프라 재구축

한인의류업계는 이미 5년 이상 지속된 대형 유통 업체들의 다품좀,소량 주문 및 빠른 배송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10여전전 급물살을 탔던 중국 등 저개발 국가 해외 생산의 큰 물길 중 일부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 올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6년부터 가파르게 오른 캘리포니아주와 LA시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응하며 현지 생산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다행히 201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미국 내 새로운 생산지 찾기에 나섰고 그중 LA에서 비교적 가까운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시와 인근 지역이 한인들의 대체 생산지를 향한 갈등을 풀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6년초부터 한인 봉제공장들이 이전을 시작했고 1년여간의 시행착오를 슬기롭게 극복해 4년이 지난 2020년 7월 기준 300개에 가까운 한인 업체들이 몇곳의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운영중이다.

한때 LA에서 1000개에 가까웠던 한인 봉제 공장이 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업체수는 많지 않지만 각 공장마다 100명 이상 봉제 숙련공들이 일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고용 인구는 비슷한 수준이다.

새로운 곳에서 한인 봉제 업주들이 빠르게 정착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과거와 달리 정해진 법규를 지켜가면서 종업원들에 대한 복지까지 신경쓴데 있다.

LA에서 이주하는 종업원들을 위해 최소 1달간 숙박 제공은 기본이고 종업원 상해보험뿐 아니라 건강 보험 제공과 일정량 이상 제품을 생산하는 종업원들에 대해서는 추가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다. 종업원 가족들을 위한 별도의 복지 비용 지출과 협회가 주도해 이들 자녀들의 장학금 제공 역시 4년전까지 LA에서는 볼수 없던 풍경이다.

종업원들 입장에서도 과거 LA와 비교해 주택 렌트비를 비롯한 각종 생활비가 1000달러나 절약되고 과거와 달리 여러가지 부가 혜택까지 회사와 협회를 통해 받을수 있어 굳이 이회사 저회사를 옮겨 다닐 필요도 없어졌다.

4년전만해도 매달 1~2차례씩 노동청에 불려가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던 모습은 이제 아련한 기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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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재조정

안정적인 생산이라는 든든한 뒷받침 덕에 의류 업체는 이제 제품 개발과 판매에 더욱 집중할수 있게 됐다.

2017년 이후 상당수 한인 업주들은 기존에 해 오던 운영 방식의 틀을 과감히 버리고 생존, 나아가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판을 짜는데 집중해 왔다.

관련 한인 협회들이 주도하고 대부분의 한인 업주들이 동참한 업계의 새판짜기 중 핵심은 인력 재조정과 새로운 판매처 늘리기였다.

우선 전세계 패션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건비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기대 이상의 능률은 나오지 않고 이직률 역시 높았던 제품 개발을 비롯한 관리 인력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새로운 인재풀 구성이 이뤄졌다.

우선 직원들의 잦은 이직과 그때마다 이뤄지는 월급의 무리한 인상을 막기 위해 협회 주도로 근무 평가 시스템이 도입됐다.

초기에는 직접 직전 직장 업주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에서 이제는 전문 헤드헌팅 업체가 협회와 손잡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채용 직원의 이력을 확인 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경력을 부풀리는 직원은 거의 사라져 불필요한 이직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능력을 인정 받는 직원들을 향한 스카웃 제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정적인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의류협회,샌페드로패션마트협회,원단협회 등 관련 한인 단체들이 힘을 모아 LA시, LA내 패션스쿨과 손잡고 의류 연구소 설립 및 장학금 제도까지 마련했다.

여기에 여름 방학 기간 동안 4~6주 가량 패션업계 취업을 지망하는 고교생 및 대학생 대상 인턴십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다. 프로그램에 참여자 중 우수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학금과 졸업후 취업 우선권까지 제공해줘 시행 3년째인 2020년 여름 방학 기간동안 응모자가 몰려 경쟁률이 10대 1이 넘기도 했다.

판매처 다변화 실현

생산도 안정화되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던 인건비 역시 지난 4년 사이 크게 절감해 온 한인 의류업계는 판매처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함께 전개했다.

10여년전 해외 수출이라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소상인이 대부분이었던 LA한인의류업계는 불과 몇년만에 아시아를 넘어 이제는 유럽 시장도 위협하는 그야말로 글로벌 소싱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위기때 똘똘 뭉치는 한인들의 특성이 발휘된 탓이다.

1차로 공략한 중국에 이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5억~10억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와 함께 경제 성장도 빠르게 진행돼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들 국가 공략을 위해 한인 업계는 마케팅과 판매를 현지화하는 한편 이를 공동으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였다. 각 국가별 수요에 대한 철저한 정보 조사를 바탕으로 기획이 이뤄졌고 이를 현지 유통 업체에 선보이고 생산과 납품까지 이뤄지는 구조다. 미국산을 선호하는 현지 업체의 요구는 이미 몇년전부터 자리를 잡은 라스베가스에서 생산해 공급중이다.

미국, 캐나다, 중남미를 거쳐 아시아권까지 확대된 LA한인 의류업체들의 제품은 1년전부터 유럽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몇년간 이뤄진 인력 재조정을 통해 신규 인력풀도 커지고 능력있는 직원들의 이직도 거의 없다 보니 자연히 우수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품질 좋은 제품이 많아진 것이 주효했다.

과거처럼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 방식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이미 지난 4년여간 구축한 해외 시장 조사 및 판매망 공동 운영 방식은 온라인이나 모바일과 실시간으로 연동중이다.

제품의 기획과 개발, 원부재자 구입, 생산에 이르는 전과정을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게 한 발빠른 대응 전략 제품을 구매하는 전세계 유통 업체의 선택으로 이어지게 한 셈이다.

또한 1년전에 별도로 공동 제작한 온라인 소매 사이트를 통해 가장 빠른 유행 아이템을 무기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뺏어오고 있는 것 역시 큰 성과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은”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1달후를 내다보기가 어려운 혼란스러운 시기다”라며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변화를 외면한다면 4년이 아니라 당장 1~2년 후의 미래도 내다볼수 없어 지금이라도 위기 극복을 위한 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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