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드라마라는 우려와 기대 속에 tvN ‘싸우자 귀신아’가 첫 방송으로 데뷔를 마쳤다. 첫 방송 시청률은 4.3%. tvN 월화드라마 1회 성적 중 가장 높은 수치다.
![]() |
[사진=CJ E&M 제공] |
▶늘어난 등장인물, 스토리 풍성해질까 산만해질까= 첫 회라 속단하긴 무리가 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웹툰과 동일했다. 대학생 박봉팔(택연)이 귀신을 보는 능력을 없애기 위해 퇴마로 돈을 번다는 설정과 귀신이 출몰하는 여고에 퇴마를 하러 간 봉팔이 귀신 김현지(김소현)와 만나 우연히 입맞춤까지 하게 되는 흐름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왔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된 것이다. 봉팔이 재학 중인 명석대학교 교수이자 귀신을 느낄 수 있는 주혜성(권율)과 명석대학교 호러동아리 멤버 최천상(강기영)과 김인랑(이다윗), 현지와 귀신 동기인 오경자(이도연) 등이다. 주혜성은 철저히 새로 만들어낸 인물로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관건이다. 주혜성이 단편적인 스토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요소라면 호러 동아리 최천상과 김인랑, 오경자는 개그 코드를 담당했다. 호러 동아리 멤버들은 허당 캐릭터로 귀신을 찍겠다며 여고에 들어가지만 고양이에 놀라 줄행랑을 친다. 오경자는 처음 보고 반한 남자를 쫓아다니는 엉뚱한 매력을 선보인다.
명철 스님(김상호)은 원작에도 있는 캐릭터지만 비중은 확대되고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으로 탈바꿈했다. 한 때 저명 높은 퇴마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신기가 시원치 않아진다. 봉팔에게 “10억을 가져오면 귀신을 보지 않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는 건 원작과 동일하지만 극중에서는 보다 봉팔과 가까운 사이로 퇴마 의식을 하지 못하게 한다. 이날 방송에서 명철 스님은 찬송가를 부르는 장례식장에 가서 불경을 외우거나 술 취한 아저씨 귀신(우현)을 두고 아기동자라며 쌀을 던지는 등 웃음을 자아냈다.
![]() |
[사진=CJ E&M 제공] |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입체적인 스토리는 기대할 수 있지만 기존 웹툰에서 봉팔이 퇴마를 하러 간 사람들의 사연에 집중해 감동 있게 풀어냈던 원작의 감동은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 지가 앞으로 남은 숙제다.
▶웹툰 B급 정서, 어떻게 살리냐가 관건= 원작 웹툰의 B급 정서는 반 정도만 가져왔다. 첫 장면에서 봉팔은 집 화장실에서 귀신(이세영)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이에 귀신이 다가와 “너 나랑 눈 마주쳤지”라며 오싹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이에 봉팔은 예상을 깨고 주먹을 날린다. 이에 귀신은 “잘못했다”며 싹싹 빈다. 무서운 처녀 귀신이 B급 개그로 코믹하게 바뀌는 전환점은 원작과 동일했지만 호러에서 재미로 가는 반전이 웹툰보다 약하게 표현된 점은 아쉽다. 이날 귀신 역으로 까메오 출연한 최홍만, 우현, 이세영이 그나마 B급 정서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봉팔과 현지가 혈투를 벌이는 부분도 B급 정서로 원작에서 큰 웃음을 주는 부분이지만 피를 토하며 싸우는 원작을 그대로 가져올 수도, 가져와서도 안됐다. 고 난이도의 액션을 선보이며 원작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다만 봉팔과 현지가 티격태격하는 부분이 큰 웃음 포인트인데 1화에서는 케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봉팔’이라는 이름에 현지가 폭소하는 부분이나 둘이 첫 입맞춤을 하고 놀라는 부분도 재미가 반감됐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고 하지만 원작 웹툰이 피할 수 없는 딜레마가 바로 ‘비교’일 수 밖에 없다.
원작 드라마를 연출한 지상파 PD는 “원작을 가지고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경우는 없다”며 “최초의 변화, 즉 이걸 어떻게 변화 시킬 거냐 하는 그 첫 번째 단계가 얼마나 원작을 안고 갈 것이지, 극 중 캐릭터, 극의 전개 등 많은 것들을 결정하기 때문에 원작을 가지고 가되 변주를 주는 초반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때문에 PD들도 고민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 제작발표회에서 박준화 PD는 “원작 웹툰은 코믹 요소가 강하지 않지만 드라마는 코믹요소가 강하다”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매우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eun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