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예고편] 드론 전쟁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 ‘아이 인 더 스카이’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저 멀리 아프리카 케냐에서 비밀 조직원들의 자살 폭탄 테러 준비가 한창이다. 케냐 상공에 떠 있는 군사용 드론은 모든 사실을 지켜보고 있다. 테러가 벌어지면 적어도 100명이 죽는다. 미리 막아야 한다. 그런데 드론조종사가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폭발 반경 안에 소녀 한 명이 들어온다.

“100명의 테러 피해냐, 1명의 희생이냐.” 영화의 주제를 설명하는 카피다. 하지만 오히려 이 말이 영화를 다 담아내지 못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이 인 더 스카이’(감독 개빈 후드)는 훌륭하다. 영화는 그 흔한 추격전이나 총성 없이도 현대 전쟁의 긴장감을 전하는 뛰어난 수를 던진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블랙코미디도 영화의 백미다. 

[사진= ‘아이 인 더 스카이’ 스틸컷]

영국과 미국, 케냐 3개국은 테러 조직 생포를 위해 드론을 이용한 합동작전을 실시한다. 처음에는 한때 미국과 영국 시민이던 이들의 ‘생포’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곧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인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이들의 자살폭탄테러 계획을 알게 된다. 조직이 집결한 집 안에서 그들만의 의식을 치른 후 조끼를 입고 폭발물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생포 작전은 사살 작전으로 변경된다. 군사작전 책임자인 프랭크 벤슨 장군(앨런 릭먼)도 ‘예스(YES)’ 사인을 내린다.

미국 본토 공군기지에서 드론을 조종하며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던 와츠 중위(아론 폴)의 눈에는 타깃의 이웃에 사는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소녀는 훌라우프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미사일을 쏘라는 상관의 명령이 떨어졌는데, 그 소녀가 하필 폭발 반경 안에 들어와 빵을 팔기 시작했다. 와츠 중위는 작전 보류를 요청한다.

이때부터 소녀의 희생과 테러 방지 중 무엇이 더 우선인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진다. 런던의 밀실에서, 호텔 방에서, 친선 탁구경기장에서, 각국 고위 정치인들의 논쟁이 거세진다. 대의명분과 정치적 실리 사이에서 의견이 부딪힌다. 최종 결정이 윗사람, 또 그의 윗사람에게로 넘겨지면서 테러범들의 시간은 임박한다. 와츠 중위는 소녀가 어서 빵을 팔고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모두 미사일이 떨어질 케냐와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다. 

[사진= ‘아이 인 더 스카이’ 스틸컷]

현대의 전쟁은 지상전보다는 공중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최초로 군사용 드론을 사용한 이후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다. 영화에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공격용 드론 ‘MQ-9 리퍼’부터, 새 모양으로 된 소형 감시용 드론, 딱정벌레 모양의 초소형 감시용 드론까지 등장한다. 최근 점차 민간인들 사이에서 취미용이나 산업용으로 드론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영화는 ‘드론은 장난감이 아니다’라는 경계심을 돋운다.

영화는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는 신선도 지수를 95%로 매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현대 전쟁의 물리적 영향과 정신적 피해를 알리는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킹스 스피치’, ‘킹스맨’ 등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제작에 참여했다. 그의 강력한 추천으로 극 전반의 무게감을 주고 위트도 실어줄 수 있는 벤슨 장군 역에 앨런 릭먼이 캐스팅됐다. 냉정한 작전지휘관 파월 대령 역할은 원래 남성 캐릭터였지만 “남성들을 위한 전쟁 영화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개빈 후드 감독이 헬렌 미렌을 캐스팅했다. 

[사진= ‘아이 인 더 스카이’ 스틸컷]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스네이프 교수’ 앨런 릭먼의 유작이기도 하다.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102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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