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면 공심이라는 캐릭터가 좋았고, 민아는 이를 잘 표현해냈다.
드라마가 시작할 때만 해도 민아의 연기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데다 처음으로 지상파 특별기획 드라마의 배중이 높은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아는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다.
민아가 맡았던 공심은 요즘 세대들이 좋아하고 감정에 이입하기 좋은 캐릭터다. 취업 등 잘 되는 게 거의 없는 N포세대지만 밝음을 유지하는 젊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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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에게 딱 맞는 캐릭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캐릭터를 줘도 잘 받아들이는 배우가 있고 잘 못받아먹는 배우가 있는 법.
민아는 연기와 테크닉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무리하지 않게 연기하며 공심이라는 캐릭터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그래서 이제는 민아가 완전히 공심이가 돼 있다.
민아는 아쉬운 외모와 별 볼 일 없는 스펙은 둘째 치고, 언니만 예뻐하는 가족들의 차별 아래 서러운 삶을 살아가는 못난이 취준생 공심 역으로 10주동안 시청자의 공감과 위로를 이끌어냈다.
캐릭터를 위해 트레이드 마크인 아이라인을 지우고, 톤다운 화장과 촌스러운 가발까지 착용한 민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스펀지처럼 가르쳐 주는 대로 빨아들인다”는 남궁민의 말처럼, 첫 회부터 취업도 못해 서러운데 아르바이트를 하다 폭행까지 당하고, 이를 덮으려는 가족들 사이에서 “나도 내가 창피하다”며 펑펑 우는 공심은 민아가 아닌, 공심 그 자체였다.
뿐만 아니라, 집 안팎으로 구박과 무시를 당하며 자존감 없던 공심이 단태(남궁민)를 만나고, 용기를 얻어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 나가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늘 고개를 숙인 채 걷던 공심의 얼굴에 미소가 피기 시작했고, 동시에 분명 못나 보여야 하는 그녀의 얼굴이 예뻐 보이는 마법도 시작됐다. 꾸밈없는 공심의 사랑스러움이 보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소망대로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고, 자신의 고백을 거절했던 단태에게 후퇴 없는 직진 로맨스를 펼치며 사랑마저 쟁취한 공심.
하지만 지난 18회분에서 공심은 단태가 스타유통그룹 남회장(정혜선)의 손자 석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갑자기 느껴지는 거리감에 혼란스러워했다.
과연 프로 직진러 공심의 로맨스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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