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전성시대 ③] ‘나도 가수다’…‘특출난 일반인’ 찾는 대중음악시장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아마추어의 매력에 푹 빠진다. 가창자는 일반인, 무대는 SNS, 노래는 커버곡이다. 화려한 음향장비도 좋은 카메라도 없지만 목소리 하나만으로 수 만 뷰(View)는 기본이다. 프로 가수를 뛰어 넘는 가창력으로 ‘나도 가수’가 된다.

지난달 11월 아델의 ‘헬로(Hello)’를 커버한 영상으로 화제가 된 ‘여고생 아델’ 이예진(18) 양의 영상은 15일 기준 페이스북 영상 조회수 568만 뷰, 유튜브 조회수 187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예진양은 같은 달 미국 유명 토크쇼 엘렌쇼(Ellen‘s Show)’에 출연, 현재 한국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는 등 가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평범한 여고생을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건 페이스북 페이지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이하 ’일소라‘)’다. ‘일소라’ 페이지는 대체로 공개 지원사이트를 통해 제보를 받지만 이예진 양의 경우는 페이지 운영자 측에서 제안을 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일소라’는 약 220만명이 구독하고 있는 페이스북 음악 페이지로 일반인들이 가수들의 곡을 커버한 영상을 주 콘텐츠로 한다. 자신의 신상과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식 지원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후 페이지에 올라 갈영상이 채택되는 방식이다. 하루에도 자신이 노래하는 영상을 담은 백여 건의 제보가 들어올 만큼 그 열기가 뜨겁다. 10만뷰는 기본, 만여건의 댓글과 좋아요, 수백 건씩 공유가 된다.

여고생 아델/’일소라‘ 화면 캡처

‘일소라’를 운영하고 있는 메이크어스 김홍기 이사는 “이젠 누구나 핸드폰 하나로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일반인 제작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SNS 등 플랫폼을 통해 공유되는 방식으로 일반인이지만 영상을 널리 알릴 수 있어 유명세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반인들의 가요계’에는 이름을 알린 스타들이 있다. 창구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영상이다. 보이스라떼와 엑시트가 대표적이다. 보이스라떼는 유명 가수들의 곡을 커버해 부르는 커버 그룹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페이지에 노래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작년말부터 시작해 올해 초까지 각 지역을 다니며 버스킹 순회 공연까지 마쳤다. 일반인 임지현도 SNS 상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일반인 커버 가수다. 인기도 가수 부럽지 않다. 2만 2천명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우 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노래 영상이 화제가 되다보니 음원차트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종종 최신곡이 아님에도 갑자기 음원차트 100위권 안에 맥락없이 옛날 노래가 등장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바로 ‘일소라’ 등에서 일반인이 커버한 곡의 원곡을 찾아 듣는데서 비롯된 일이다. 메이크어스 김홍기 이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부르면, 원곡도 화제가 되기 때문에 음반 기획사나 가요 관계자들 쪽에서 특정 노래를 일반인들이 커버해서 부르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할 정도다.

’일소라‘ 페이지 캡처

일반인 누구나 SNS와 동영상 채널을 통해 자신이 노래하는 영상을 올리고 또 실력에 따라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은 ‘나도 가수’가 될 수 있는 장을 더 확장하고 있다.

메이크어스 김홍기 이사는 ”가수가 노래를 잘 하는 건 시스템 안에서 트레이닝이 돼 있는 프로페셔널함일뿐“이라며 ”일반인은 나와 같은 아마추어인데 잘 하니까 오히려 그게 더 신선하고 정감이 가고 가깝게 느낀다“고 분석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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