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로 ‘기후리스크’ 부상…신흥국ㆍ원자재시장 불안 유의해야”…국제금융센터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올 하반기에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이른바 ‘라니냐(La Niño)’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기후리스크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렉시트(Brexit)’와 미국의 금리향방 등으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라니냐가 신흥국 및 원자재시장의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라니냐 발생 가능성 및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농업과 수산업 등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라니냐 취약신흥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원자재시장의 수급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최근 평년대비 -0.4℃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8개월 동안 지속된 엘니뇨가 소멸됐으며, 올 가을 또는 겨울 중 라니냐 발생확률이 75%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대비 -0.5℃ 이하이면 라니냐, 0.5℃ 이상이면 엘니뇨로 규정한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마찬가지로 태평양에서의 정상적 대류활동을 방해함으로써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을 초래, 농산물 생산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총 14차례의 라니냐가 발생했으며 평균 지속기간은 14개월에 달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라니냐는 지난 2011~2012년으로 기록돼 있으며, 1998~2001년엔 라니냐가 33개월 동안 최장기간 지속된 최악의 라니냐로 기록됐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적도부근 태평양에서 비구름 형성이 방해돼 중남미는 강우량이 감소하고 동남아ㆍ인도ㆍ호주에선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기온은 평년보다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이상한파와 가뭄, 홍수, 산사태, 폭풍우 등의 발생빈도도 높아진다.

라니냐는 태평양 주변국 뿐만 아니라 인도, 아프리카 등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발생시키면서 농산물 등 원자재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미국과 브라질 등에 고온건조한 기후를 초래해 엘니뇨보다 농업 생산에 더 큰 타격을 주어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된다. 동시에 북반구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져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강력한 라니냐 발생기간 중 세계 곡물생산량이 적게는 0.1%에서 많게는 3% 이상 감소했다. 라니냐가 발생한 1988~1989년 세계 곡물생산량이 -3.2%, 1998~1999년엔 -0.1%, 2000~2001년엔 -1.5%, 2010~2011년엔 -2.1%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0~2012년 라니냐 발생의 여파로 2012년 미국에서 극심한 가뭄이 발생, 당해 연도 미 옥수수 생산이 12.7%나 감소하고 대두 생산은 2011~2012년 2년 동안 8.7%가 줄어들면서 국제 농산물 시세가 급등,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미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농업 및 어업 등 1차산업 비중이 높은 동남아와 인도, 남미 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국가 이외에 호주와 일본, 중국 남부, 아프리카 남동부 등도 라니냐의 영향권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로 글로벌 경제ㆍ금융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후리스크가 세계경제에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브렉시트와 미 금리향방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라니냐가 신흥국 및 원자재시장의 불안을 촉발할 수 있음에 적극 유의해야 하며, 농업과 수산업 등 1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라니냐 취약신흥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원자재시장의 수급불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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