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국밴드 ‘슬롯머신’, ‘지산 출격…“한국 떼창, 야광봉 기대하고 왔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태국 국민 밴드가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 22일 지산 리조트에서 열리는 ’2016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사옥에서 태국 국민 밴드 슬롯머신(Slot Machine)(보컬 포엣(Foet), 베이스 각(Gak), 기타 빗(Vit), 드럼 오토(Auto))을 만났다.

의심부터 들었다. 이들은 정말 태국 국민 밴드가 맞는가? 태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지 7년 됐다는 통역사에게 슬쩍 물었다. 돌아오는 반응에 그제서야 믿을 수 있었다. “지금 너무 떨려요.” K-팝이 좋아서 유학을 왔지만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좋아했던 밴드라고 했다. 자국 국민 밴드를 1미터 앞에 두고 통역을 하는 기분은 몇 개의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였다. 

[사진=소니뮤직 제공]

슬롯머신은 2000년 데뷔, 오리엔탈(Oriental)한 무드를 영국 록 사운드에 접목시킨 록 밴드다. 태국에서 1만 5000명을 운집한 공연으로 태국 대표 록 밴드로 거듭났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언제 이런 국민 밴드가 탄생할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희가 국민 밴드가 돼서 정말 영광이고 너무 기뻐요.”(포엣(Foet))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순행보 중이다.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MTV 유럽 뮤직 어워즈에서도 두 차례에 걸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그룹 빅뱅이 받기도 했던 일본 ‘클래식 록 어워드(Classic Rock Award)’에선 지난해 11월 아시아 신인 록밴드 상을 받는 등 같은 시상식에서 2관왕의 영광을 안았다. 

[사진=소니뮤직 제공]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도 허문 이들의 장난기와 긍정적인 에너지는 혼자만 나누기 아까울 정도였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마치 드라마 한 장면처럼 예뻤어요.”(포엣(Foet)) 한국은 멤버 각(Gak) 말고는 처음이라고 한다. “태국보다 시원해서 좋았어요.”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 됐던 터라 기자는 웃음만 나왔다. 각(Gak)은 옛 여자친구와 함께 남산 타워를 와 본적이 있다고 했다. “그 때 자물쇠를 채우고 왔었는데 지금도 아직 있을 거예요. 만약 그 때로 돌아가 바꿀 수 있으면 당장 바꾸고 싶네요.(웃음)”

[사진=소니뮤직 제공]

포털 사이트에 ’슬롯머신‘을 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카지노의 도박기기다. “7777”이라고 답했다. “슬롯머신에 숫자가 나오는 칸이 네 개이듯 우리도 멤버가 네 명이에요. 한 번 누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 음악도 그래요. 매번 다음 앨범이 뭐가 나올지 전혀 예상치 못하는 거죠. 결국엔 7777이 돼야겠죠?(웃음)”(포엣(Foet)) 실제로 매번 다른 콘셉트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 두 명의 멤버가 바뀌긴 했지만 17년을 이어온 장수 밴드다. 비결은 우정보다는 “음악”에 있었다. “우정이기도 하지만 음악이기도 해요. 전부터 가족처럼 같이 살아 왔지만 음악으로 같이 모이게 됐어요. 목표를 잡고 조그만 싸움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서로 생각차이가 있어도 음악에 집중하면 다 해소되는 것 같아요.”(각(Gak))

여기에 보컬에 대한 칭찬이 얹어졌다. “사실 다른 밴드들을 보면 보컬에만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요. 관심이든 인기든. 그런데 우리 보컬은 항상 다른 멤버들도 함께 가자고 해줘요. 정말 좋은 친구죠.” 모든 멤버들이 생각이 같았다. “밴드 자체로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포엣이 좀더 인기가 많아요.(웃음)”(빗(Vit))

슬롯머신은 영미권의 록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태국만의 오리엔탈 콘셉트로 그들만의 록을 만들어 냈다. 그 배경에는 ‘태국 트로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국 록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태국 트로트를 많이 틀어줘서 자연스럽게 음악에도 들어가게 됐어요. 피는 못 속이나 봐요.”(각(Gak)) 이들의 음악에는 태국 전통악기도 빼놓지 않고 들어 간다. “전통 악기를 넣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아시아의 자부심이라고 할까, 영미 록에 아시아권 악기를 넣어서 만든 결과물이 나와서 너무 기뻤죠. 한국에는 K팝, 일본에는 J팝이 있듯 태국에서도 현지화된 음악이 탄생해서 너무 좋았어요.”(오토(Auto))’

해외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최근 전곡 영어 가사로 이루어진 앨범 ‘스핀 더 월드(Spin the World)’를 발매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녹음을 한 이유는 “제일 중요한 게 음악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영어는 모두가 우리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아들을 수 있어서 선택했어요. 물론 ‘강남스타일’은 가사를 몰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어서 대단하죠. 다음엔 태국어로 진출해 볼 생각이에요.”(오토(Auto)) 이 앨범을 바탕으로 일본, 대만, 호주 등 전세계 각지에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첫 무대는 22일 열리는 ‘2016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다. “너무 떨린다”고 했다. “레드핫칠리페퍼스 등 유명한 뮤지션들이 많이 오는 무대라 정말 떨려요. 몇 개월 동안 연습을 많이 했죠. 오기 전에 태국에서 큰 공연을 했는데 그것도 한국 록페스티벌을 위한 공연이었어요.”((오토(Auto)) 특히 “어린 시절 커버곡으로 많이 부르던 쿨라세이커의 무대가 가장 기대 된다”고 했다.

그래도 가장 기대되는건 “한국 팬들의 반응”이다. “TV를 통해서 한국 팬들의 공연 문화를 본 적이 있어요. 야광봉을 흔들고 ‘떼창’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기대되더라고요. 저희도 느껴보고 싶네요.(웃음)”

롤 모델을 물으니 “없다”고 했다. “잘난 척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그럼 그들이 되고 싶은 밴드는 무엇일까, “졸린 눈”이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졸린 눈처럼 평화를 줄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음악 테라피처럼 이 노래를 듣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한번 ‘내가 왜 싫어하게 됐나’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악성 댓글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은데 저희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보고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앨범 이름이 ‘스핀 더 월드(Spin the World)’인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생각을 바꾸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들을 평화롭게 바꿔주고 싶었어요.”(포엣(Foet))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역시 국민 밴드다웠다. “한국 사람들을 비롯해서 지구촌 사람들이 태국에 대해서 물론 좋은 이미지도 가지고 있겠지만 저희 음악을 듣고 태국이 이렇게 좋구나, 태국에 이런 밴드도 있구나 하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로 하여금 태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싶어요.”(포엣(Foet))

밴드 슬롯머신의 첫 한국 무대는 22일 오후 2시 40분 경기도 이천 지산리조트에서 열리는 ‘2016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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