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사를 앞둔 해군 첩보부대도 단체사진을 한 장 찍는다. 어디서 봤던 장면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여러모로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한 ‘암살’이 떠오르는 영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캐릭터 무비였던 ‘암살’과 달리, ‘인천상륙작전’의 인물들은 밋밋하게 평평하고 선악 구도도 심심하다. 어김없이 영화 끝에 등장한 “호국영령에게 감사드린다”는 글귀를 보고도 감정이 북받치지 않는 이유다.
1950년 9월, 낙동강 전선으로 후퇴한 연합군의 최고사령관 맥아더 장군(리암 니슨)은 해로로 들어가 서울을 다시 수복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영화의 제목이자 한국사람들은 다 아는 ‘인천상륙작전’이다. 맥아더는 7만5000 연합군의 길을 안전히 열기 위해 인천항 바다에 숨겨진 기뢰 지도를 파악해야 했다. D-7, 사령관은 장학수(이정재)를 대장으로 하는 해군 첩보부대를 인천에 급파한다.
장학수는 신분을 숨기고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곁에 자리잡지만 기뢰 지도 확보는 쉽지 않다. 그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날아온 관료들은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거세게 반대한다. 작전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맥아더에게 “대권을 노리느냐”는 비난도 날아든다.
인천에서는 인천 켈로부대 대장 서진철(정준호) 등이 가세해 작전을 펼치지만 장학수의 정체가 탄로나고 첩보부대원들도 점점 죽어나간다.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한 작전으로 끝났다. 결말을 이미 다 알고있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실제로 존재했던 ‘X-RAY’라는 대북 첩보작전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새로움을 주려 한다. 인천상륙작전이라는 거대 작전은 외피일 뿐, 알맹이는 첩보전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을 참고했다”는 이재한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첩보전에 중심을 둔다. 첩보전이라는 ‘장르’는 커다란 전쟁상황에서 한 개인에게로 초점을 좁히면서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전쟁의 모순 등 흥미로운 소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에서 첩보부대원들은 그저 “작전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차있고 입체적인 재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북한군은 그저 사상에 경도된, 처단해야 할 적으로만 설정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암살’에서 일본이 그런 존재였듯,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북한으로 상대만 바뀐 모습이다. 인천에 흘러들어온 남한 첩보부대가 북한을 상대로 ‘독립운동’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 이유다. 서로 총을 겨누는 상황이 비극적이기는커녕, ‘빨리 죽이고 내가 살아야지’ 하는 쪽으로 관객을 몰고 가는 영화다.
몇 번 반복되는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는 대사나, “총과 실탄을 주십시오”, “이상을 버리는 순간 늙는다”는 등 고리타분한 대사도 몰입을 방해한다.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리암 니슨의 한국 영화 첫 출연은 인상적이다. 나오는 분량도 25분 가량으로 꽤 많다. 그의 중후한 목소리와 연기가 대사의 식상함을 그나마 덜어준다. 이정재와 이범수도 열연을 펼쳤다. 박성웅, 김선아, 추성훈, 김영애 등 여러 배우들의 카메오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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