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동입출금기(Automated Teller Machine· ATM)가 금융기관에 본격 도입된 지 30여년만에 인터넷(모바일)뱅킹의 급격한 발달로 곳곳에서 퇴출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ATM 운영수익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넘어간 지 오래다.기본 운영비에 수리 및 관리 비용 등을 더하면 ATM 한대당 연간 1500달러 정도 손해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손실액을 각 은행의 ATM기계 보유 대수와 곱해보면 그 손실규모는 엄청나다. 1만8000대 이상의 ATM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연간 2764만달러를 손해본다는 계산이다. 남가주에 본사를 둔 한인은행들의 경우 보통 지점당 2대의 ATM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은행에 비해 그 손실폭은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는 ATM은 지난해 연말 기준 약 42만 5000대로 추산된다. 세계전역에서 사용되는 ATM은 약 300만개로 알려진다.
기록적인 저금리 탓에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바닥을 헤매는 요즘 ATM은 버리지도,갖고 있기도 뭣한 은행의 ‘계륵(닭갈비)’이 됐다. 일부 은행에서는 이미 ATM을 줄이기 시작했다.
A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인 고객들은 타인종에 비해 현금 인출도 잦은 편이고, 한인은행 간에는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 고객에게 부가되는 수수료가 없어 교차 이용률이 높은 편이어서 없애기가 어렵다”라며 “ATM 운영에 따른 손실을 메꿀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한인은행권이 ATM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는 한국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법과 규정이 다르지만 한국 신한은행의 경우 서울·경기 등 17곳에서 운영하는 키오스크에서 손바닥만 대면 기기에서 새 통장이나 카드가 튀어나오는 ATM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홍채인식을 이용해 현금카드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금융거래가 가능한 ‘홍채인증 자동화기기’도 선보였다. 각 은행과 편의점의 ATM에서 공과금 수납 그리고 동전교환이 가능하게된 지도 꽤 오래됐다. 비디오채팅으로 은행직원이 고객을 원격 지원할 수도 있다.
한인은행들도 경쟁은행의 ATM에서는 할 수 없는 IT서비스를 도입한다면 ATM을 효율경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최근 BBCN과 윌셔가 합병하면서 다수의 지점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은행 역시 금종국 행장 취임과 동시에 효율 향상을 위해 트래픽이 적은 지점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지점 한곳을 줄이면 연간 최소 100만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게 은행관계자의 말이다.
지점을 없앤 자리나 애당초 지점이 없던 지역에 한층 똑똑해진 ATM을 도입한다면 고객 편의를 배려함과 동시에 은행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