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하지만 친근했다. 참깨와 솜사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아마 웃음부터 터뜨릴지 모른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파스텔뮤직 사옥에서 인디밴드 참깨와 솜사탕을 만났다.
“거리공연 할 때 밴드 이름을 적어내라는데, 그 당시에는 이름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한 것 같아요. 후다닥 적어 낸 게 ‘참깨와 솜사탕’이었어요.“(참깨와 솜사탕 최기덕)
참깨와 솜사탕은 보컬 최기덕과 유지수, 퍼커션 박현수로 이루어져 있는 혼성 인디밴드다. 고등학교 동창인 최기덕과 박현수가 처음 밴드를 결성한 뒤 유지수가 합류했다. 박현수는 최기덕의 권유로 젬베를 사서 혼자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가 게임을 굉장히 잘했어요. 리듬감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젬베를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죠.“(최기덕) “저는 사실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길거리 공연이 떨리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젬베를 샀죠.” (웃음) (박현수)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시작은 길거리 공연이었다. 10cm, 조문근과 한 무대(길거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때 실력자들이 많았어요. 같이 공연을 해보면서 우리만으로는 안되겠다고 해서 여성 보컬을 영입하기로 했죠. 그게 지수였어요.”(최기덕)
보이스 색깔도 마음에 들었지만, 음악을 듣는 취향이 비슷하다는 점도 컸다. “데미안 라이스 같은 음악을 듣는 친구라면 함께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리사 헤니건이랑 보이스가 비슷한 것도 좋았어요.”
참깨와 솜사탕은 지난 22일 ‘까만 방, 남은 이야기 (Repackage)’을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2015년 5월에 발매된 정규 1집 ‘까만 방’의 스페셜 리패키지 앨범으로 신곡 3곡을 추가 수록했다. “혼자 사색에 잠기는 까만방을 상상해 놓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려고 했어요. 리패키지 앨범을 내면서도 20살 때 썼던 곡 중에서 그러한 콘셉트에 맞는 곡을 선곡해서 넣었어요.”(최기덕)
참깨와 솜사탕의 노래는 대부분 보컬 최기덕이 작사, 작곡을 맡고 있다. ‘방 안의 코끼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 안에 가득 차 있는 느낌을 표현, 이번 앨범에 새로 수록된 ‘3.14’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계속 되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제목의 뜻은 원주율이다. 그 외 다른 곡들도 위트 있는 가사와 제목이 매력이다.
“뻔한 느낌을 없애려고 했어요. 다시 생각해 보도록 곡을 쓰는 것 같아요. 한 번 듣고 끝내는 느낌이 아니라 가사를 다시 한 번 더 곱씹어 보면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모호하게 써서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이입해 보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최기덕)
유지수도 수록곡 일부의 작사, 작곡을 맡았다. “제가 느끼는 어떤 감정들을 기록을 통해 하나씩 남기고 싶어요. 저는 제 이야기로 곡을 쓰는 것 같아요. 제 감정이 진실되면 다른 사람들도 이에 공감해서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유지수)
최기덕이 작사, 작곡에서 영감을 얻는 건 유지수와 달리 자신의 경험이 아닌 “한 단어”였다. “저는 영화를 보거나 일상에서 어떤 단어에 꽂히면 그걸 계속 파는 것 같아요. 저는 이상하게 제 이야기로는 곡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 곡을 쓰고 부를 때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더 묻지 않았지만 그러한 세심한 감정들이 곡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
이번 앨범은 어쿠스틱한 느낌을 확실히 가져간 앨범이지만, 정규 1집 앨범에서는 힙합 등 다양한 장르게 도전하기도 했다. “시도는 좋았는데 저희는 나름 만족을 했지만 한 번 찔러 본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저희가 가장 잘하는 건 어쿠스틱하고 소소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팬분들도 저희 밴드를 떠올리면 어쿠스틱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니까요.”(최기덕)
왜 하필 어쿠스틱일까. 최기덕은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어쿠스틱만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곡이 없다”고 말했다. “시랑 가장 가까운 음악이 어쿠스틱, 나아가서 포크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가사가 두드러지는 장르기 때문에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지수)
앞으로는 참깨와 솜사탕만의 색깔을 찾는 게 주 목표다. “여러가지 장르를 하는 것보다 힙합을 듣다가 오랜만에 어쿠스틱한 걸 듣고 싶다 할 때 참깨와 솜사탕을 찾는 게 더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좀 더 저희한테 맞는 장르의 음악에 접근해봐야겠다고 생각해요.”(최기덕)
다른 멤버들의 생각도 같았다. “색깔을 찾고 싶다”고 했다. “저는 반주만 듣고도 어떤 가수의 노래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저희 밴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퍼커션 다운 박현수의 대답이었다. 유지수도 “참깨와 솜사탕하면 딱 어쿠스틱 밴드라고 떠올리는 그런 밴드가 되는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롤 모델도 다르지 않았다. “어느 한 분야에서 대가가 된 사람들은 모두 그들만의 색깔이 있어요. 그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더라고요. 이 사람은 이 색밖에 표현이 안 되는 그런 걸 보면, 색이 뚜렷한 뮤지션들은 모두 저희 롤 모델이예요.”(최기덕)
참깨와 솜사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멤버가 셋이다 보니 각자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저마다 달랐다.
“제 경험담을 담아서 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백 퍼센트 경험담일 수 있잖아요.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내 인생 곡이다 하는, 진짜 감정이입을 백 퍼센트 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최기덕)
“작사, 작곡도 도전하고 있어요. 끼적였다 지웠다 하는 수준이지만 언젠간 되겠죠. 지금 드럼을 배우고 있는데, 우선 그것부터 열심히 배우려고요.” (웃음) (박현수)
“지금은 (최)기덕 오빠가 혼자 하드캐리하는 부분이 있어서, 저희 셋 모두 실력을 키워서 세 명이 다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얘네 음악은 믿고 들을 만하다, 그런 밴드가 되는 게 목표예요.”(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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