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할리퀸&원더우먼…2016 할로윈 ‘유.행.예.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확실히 이른 감이 있다. 무더위가 가실 줄 모르는 한여름에 벌써 ‘할로윈’ 이야기를 하기에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한발 앞서는 사람이 유행을 선도하는 법이다. 석 달쯤 남아있는 올해 할로윈의 ‘코스튬 유행예감’은 세 마디로 요약된다. 좀비, 할리퀸, 원더우먼. 모두 올해 크고 작은 영화에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들이다.

좀비는 할로윈을 맞아 오싹한 분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닳고 닳은’ 단골 소재일 수 있다. 옷에 아무렇게나 묻은 빨간 피, 사람의 것이라기보단 동물의 것에 가까운 이빨, 몸 이곳저곳에 할퀸 상처 등, 좀비 분장하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할리퀸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하지만 여기에 최근 ‘곡성’, ‘부산행’ 등으로 ‘한국형 좀비’ 바람이 새롭게 가세했다. 서양영화의 전유물 같았던 좀비가 한국영화에서도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좀비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 특히 ‘곡성’에서 농사용 갈퀴가 머리에 꽂힌 박춘배 좀비의 끔찍하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포인트. 또 훈도시를 입고 온몸이 피칠갑을 한 외지인의 모습은 이색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의정부고등학교 학생이 이미 재현한 바 있다. ‘본격 좀비 영화’인 ‘부산행’의 좀비는 백태가 되어버린 눈동자와 특유의 꺾는 몸동작이 패러디 욕구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촬영 현장

서울지역 한 코스튬 전문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할로윈 코스튬으로 좀비는 예전부터 인기가 많았지만 최근 좀비 영화가 연이어 흥행하면서 요즘 좀비 이빨이나 상처 문신을 문의하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에는 할리퀸도 등장했다. 할리퀸은 3일 개봉을 앞둔 DC 코믹스 원작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가장 독보적인 캐릭터. 희대의 악당 조커와 사랑에 빠져 광기어린 악당으로 변하는 역할이다. 조커를 “푸딩(pudding, 자기)”이라 부르며 귀여운 모습을 하다가도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1970년대 인기 가수 데비 해리(Deborah Ann Harry)를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진 할리퀸의 의상은 빨강, 파랑의 원색이 두드러진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 리스’에 등장한 원더우먼[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벌써부터 할로윈 코스튬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의상부터 가발, 신발까지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구(직접구매)’에 나서는 것. 매년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직장인 이모(29ㆍ여) 씨는 지난해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작 소식이 알려지고부터 할리퀸의 코스튬을 눈여겨 봐 왔다. 최근 이씨는 미국 코스튬 사이트에서 250달러(약 27만 원)를 주고 할리퀸의 의상 세트를 구매했다. 이씨는 “색깔이 화려해서 톡톡 튀기도 하고, 섹시한 면도 더해진 할리퀸의 의상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원더우먼도 할로윈 코스튬계의 스테디셀러다. 더욱이 올해 3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에 처음 실사영화로 등장한 원더우먼이 배트맨이나 슈퍼맨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받은데다, 2017년 원더우먼만의 단독 영화가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코스튬 전문샵 ‘신기한 옷가게’의 사장 육종미 씨는 “지난 몇년간 할로윈 코스튬의 유행은 화제가 된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며 “슈퍼히어로 영화 캐릭터들도 똑같은 캐릭터지만 나오는 영화마다 코스튬이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할로윈용 코스튬도 매번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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