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전범 개정 천황제 근간 흔든다’
퇴위 의사표명만으로도 개헌 차질 전망일왕 생전 양위
8일 생전 양위를 둘러싼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입장표명은 지난주 개각한 아베 신조(安倍 晋三) 내각의 행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일왕의) ‘생전양위’ 논란으로 아베 내각이 허를 찔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보수 주간지 주간 신쵸(週刊新潮)는 지난달 28일호에서 궁내청 관계자가 “일왕이 주위에 아베 총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이후 관저와 왕궁 사이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일왕은 아베가 좋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아베 총리의 측근이 “왕실전범은 정답이 없다”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고, 결과적으로 개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문제”라며 중ㆍ참 양원에서 개헌세력 3분의 2석을 확보한 아베 총리와 개헌파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양위에 대한 의사표명은 그 자체만으로 아베 내각의 개헌 논의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개입이 헌법상 불가능한 일왕은 8일 ‘일본국의 상징’으로서 활동한 자신의 소감과 향후 공무에 대한 부담을 밝힐 예정이다. 공식적인 ‘생전 양위’를 발표하는 것은 정치개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베 내각은 향후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 현행 ‘왕실전범’ 개정 등의 직접적인 작업은 아베 내각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 내에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7일 “정부 내에서 왕실 전범을 개정하는 대신 아키히토 일왕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실전범 개정이 천황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반대론 때문이다. 주간 겐다이(現代)비즈니스는 왕실전범 논의가 개헌 논의를 압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아베 총리가 출범시킨 내각의 신임 각료들은 개헌을 지지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마이니치(每日) 신문 등 주요 진보 매체는 아베 총리가 이번 개각을 통해 헌법 개정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올해초 BS 아사히(朝日)방송에서 “헌법 9조 2항을 개정하고 자위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는 지난 6일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식 참석 후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헌법초안) 그대로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조용한 환경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가운데, 어떤 조문을 어떻게 개정하느냐 수렴해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