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의 ‘고가’ 빌트인 브랜드 만드는 두가지 방법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인수합병(M&A)과 신규 브랜드 런칭, 글로벌 최고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서로다른 미국 고급 가전제품 시장 접근법이다.

삼성전자는 북미에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고 있는 현지 중소형 업체를 전격 인수, 단숨에 시장 선점을 노렸다. 반면 LG전자는 ‘시그니처’라는 신규 라인업과 브랜드를 선보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미국 대표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Dacor)’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데이코는 1965년에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인더스트리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로,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주택 및 부동산 관련 시장(빌트인)에서 럭셔리 가전 브랜드로서 명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120년 전통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가 전 세계 럭셔리 조리기기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데이코는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바 있다. 현재 데이코 제품에는 르 꼬르동 블루가 인정하는 ‘Seal of Excellence’ 마크가 달려있다.


스마트폰과 TV, 세탁기, 냉장고 등 단품 전자제품 시장에서 이미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빌트인 가전 시장에까지 그 영향력을 늘려가기 위한 방법으로 과감한 M&A 카드를 빼든 것이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한 가전제품으로 가득찬 고급 주택의 주방에 이제 삼성전자 제품이 하나 둘 씩 들어갈 것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북미 럭셔리 가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왔으며 데이코 인수를 통해 2만 달러 이상 럭셔리 패키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문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럭셔리 가전의 중요도가 큰 주택 및 부동산 관련 B2B 사업 경쟁력을 높여 기존 가전 시장에서의 리더십에 안주하지 않고 북미 생활가전 사업의 지속적 성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도 “이번 인수계약은 미국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럭셔리 가전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미국 주택 부동산 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이 시장에서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통 인프라 구축, 인력 확충 등 지속적 투자를 해 나갈 계획이며,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혁신 역량에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더해 톱 가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LG전자는 이 시장을 겨냥,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라는 새 브랜드를 선보인 바 있다. 686ℓ 얼음정수기냉장고, 110ℓ 전기오븐,5구 전기레인지, 47ℓ 후드 전자레인지, 12인용 식기세척기 등 LG전자의 최고 제품만을 모아 구성한 브랜드다. 상대적으로 북미 제품들이 강한 빌트인 시장, 또 고급 주방 가전 시장에서 대응을 위해 아끼던 LG 로고까지 지우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앞서 선보였던 빌트인 제품군 ‘LG 디오스 빌트인’에서 한발 더 나간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LG 브랜드 없이 독자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GE의 ‘모노그램’, 월풀의 ‘키친에이드’ 등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를 설명했다.

LG전자는 ‘퍼시픽 세일즈(Pacific Sales)의 로스앤젤레스 매장 등을 시작으로 미국에서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판매를 시작한다. 무상 보증 3년, 24시간 전용 콜센터 등을 통해 제품 설치부터 사후 서비스까지 특별하게 관리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SIGNATURE AT YOUR SERVICE’도 제공한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생활가전 시장은 연 평균 4% 성장해 2020년까지 약 30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 가운데서도 주택 부동산 관련, 즉 빌트인 시장은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프리미엄 빌트인 시장 규모는 약 80억달러로, 전체 빌트인 시장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레인지, 오븐,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판매 가격이 2만 달러가 넘는 럭셔리 빌트인 가전은 주택가치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전체 가전 시장을 이끌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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