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 예지원은 4차원이 아닙니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 예지원(43)을 흔히 4차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4차원이라는 한 단어로 예지원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는 “TV를 별로 안봐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른다. 그래서 24년째 똑같이 있다”고 말했다.

얼마전 종영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회사에선 상사마저 얼리는 얼음마녀지만 집안에서는 팔팔한 동생에게도 무시받는 주당 박수경 역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가 화제가 되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자신에 대한 반응이 과거와는 달라진 것 같아 고참 배우임에도 얼떨떨한 분위기다.


“저는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는 나에게 4차원이라고 했고, 요즘은 걸크러시라고 하더라. 걸크러시란 여자들이 멋있다고 하는 것 아닌가”

예지원은 일관되게 캐릭터를 유지해왔지만, 좋은 평만 받은 게 아니라고 했다.

“얼얼하다. 광고도 찍고.. 예전에는 나댄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임시완과 함께 막거리를 만들어 먹으려고 누룩을 가지고 갔는데,만들어서 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예지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를 거론해야 한다. 무용, 태권도, 다이빙, 불어 등으로 그의 인생에서 떼놓고 생각할 수없는 것들이다. 인생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한 것들도 있고, 작품을 하면서 인연을 맺다 더 깊게 들어간 것도 있다. 공동점은 제법 전문가 수준까지 갔다는 점이다.

“이런 것 때문에 욕을 먹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배운다는 얘기를 안한다. 헬스를 한다면 잘했다고 하는데 무용을 한다면 왜 배워 라고 하는 게 있다. 태권도는 영화 ‘더킥’으로 시작해 2단까지 갔다. 배워서 써먹어도 되고 안 써도 오감을 열어준다. 책을 통한 공부도 해야하지만, 몸의 움직임은 책으로는 안된다. 춤은 33년이나 췄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이탈리아 공연에 사비를 들여가 동영상을 찍고왔다. 감각을 극대화하는 사람들의 몸을 보고싶었다.”


예지원은 ‘와호장룡‘ 같은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다. 불어는 20대부터 샹송을 들었고, 예술영화가 프랑스영화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불어는 좋기도 하고 어렵지만, 주변에서 못하게 했다. 영어도 못하면서 왜 불어를 배우냐고 했다.”

하지만 예지원은 불어를 꽤 잘한다. 수준급의 불어를 구사한다. 그러다 보니 파리에서 열린 한국영화제에 초청받아, 30분 정도 공연을 하기도 했다. ‘또 오해영’에서도 불어를 자주 사용했다.

예지원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다. 소속사도 없이 혼자 다닌 지 4년이나 됐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와 후배가 들려준 푸켓 포상 여행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예지원의 자유분방함이 더욱 잘 드러난다.

좋아하기만 하면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배우로서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그는 “감독은 배우들이 현장에서 최대한 많은 걸 하게 해주고, 놀게 해줘야 한다”면서 “한국 촬영 현장은 이런 것을 미리 연습할 시간이 없고 그때그때 즉시 짜야한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안을 가져가 감독에게 제안한다”고 했다.

그렇게 보면 예지원은 4차원이라기보다 덕후라고 하는 게 더 잘 어울린다. 덕질을 좋아하고 덕력이 있는 여성이다. 게다가 덕후와 직업을 일치시키는 ‘덕업일체’형이다.

KBS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최미자 역이 센 캐릭터라 깨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또 오해영’의 박수경으로 새롭게 캐릭터 수명을 늘려간 것도 덕후 기질이 도움이 됐다. 


“박수경을 연기할 때는 멋있었는데, 적응을 잘 못한다. 그런 걸 받아줄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나면 좋겠다. 좋으면 하루종일 문자 계속 보내주는 남자.”

경기도 여주가 고향인 예지원은 살이 안찌는 체질인줄 알았다. “저염식 한다. 위도 줄이고, 조금씩 나눠 새처럼 먹는다. 덩치 있는 집안이다. 많이 먹는 스타일이었는데 바꿨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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