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무비QnA] 판타지 우주액션 ‘스타트렉 비욘드’, 韓 관객에게 통할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유달리 현실적인 영화들이 통했던 여름 극장가였다. 성수기 막바지에 판타지 우주 블록버스터 한 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먼 미래의 어느날, 우주의 행성들이 연합을 이루고 외계의 다양한 종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인 ‘스타트렉 비욘드’(감독 저스틴 린)다. 

자칫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스타트렉 비욘드’의 강점은 ‘확실한 판타지’라는 점이다. 우주에서의 중력 문제는 이미 극복했고, 외계인들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니 그들의 특성을 살피는 재미도 있다. 공상과학 영화로서의 매력은 뚜렷하다. 16일 내한한 저스틴 린 감독은 “다양한 캐릭터가 가족이 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운 영화”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스타트렉 비욘드’는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미국 유명 TV 시리즈를 리부트한 영화의 세 번째 작품이다. 본토인 미국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와 양대산맥을 이룰 만큼 ‘트레키’(스타트렉의 열성팬을 부르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직까지 ‘스타트렉’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스타트렉’ 같은 판타지 우주액션보다는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등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실적이고 과학적으로 담아낸 영화들의 인기가 높다.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 1편(‘스타트렉 더 비기닝’ㆍ2009)이 111만 관객, 2편(‘스타트렉 다크니스’ㆍ2013)이 160만 명을 모은 데 비해, ‘그래비티’는 322만, ‘인터스텔라’는 1030만, ‘마션’은 488만 관객을 모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타임워프 등 복잡한 과학 이론을 소재로 했지만 관객들의 지적인 도전의식을 발휘시켜 큰 흥행성적을 거둔 케이스다. 영화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과학 인강(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찍어 공개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ㆍ디스커버리채널 등에서 방영한 ‘인터스텔라의 과학’이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도 인기를 끌었다.

과학 이론을 공부한 후 ‘알고 보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재관람을 택한 관객이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CGV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의 재관람률은 6.7%에 달했다. (천만 영화 평균 재관람률 5%).

‘마션’도 화성의 척박한 환경에서 생물학, 물리학 지식 등을 활용해 살아남는 한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그래비티’도 중력이 없는 우주의 공포감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적인 우주영화의 트렌드에서 한 발 빗겨가 있는 ‘스타트렉’ 시리즈에 대해 전문가들은 “판타지에 약한 한국사람에게 현실감 있게 와 닿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현실적 우주영화는 지구 온난화나 자원 고갈 등 실제 지구의 위기를 반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라며 “그것이 또 다른 행성을 찾아나서고 싶은 일반 사람들의 욕망으로 이어져 소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970~1980년대에 유행했던 공상과학 영화의 매력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휴대폰 등 상상도 못했던 미래의 첨단 기술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고, 그만큼 사람들의 상상력이 고갈돼 영화 속 기술이 ‘새로울 것 없이’ 느껴진다는 것이 판타지 우주영화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욱 평론가는 “기본적으로 한국 관객들이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판타지에 약하다”라며 “미군방송(AFKN)으로 ‘스타트렉’을 접하고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세대가 아니라면 시리즈 자체에 대한 충성도 보다는 영화적 재미로만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