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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A 인근 한 쇼핑몰을 소유한 건물주는 괜한 고집을 부리다 잇따라 테넌트를 잃었다. 이 건물주는 최근 쇼핑몰에 입주해 있던 한 은행 관계자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리스계약 연장과 관련된 전화였다. 은행 관계자는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을 축소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는 은행의 트렌드 상 지점 규모를 줄이거나 렌트비를 다시 협상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호황에 고무돼 있던 건물주는 은행측의 협상요구를 일축하고 오히려 렌트비를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설마 은행이 자리를 옮기겠느냐는 생각도 있었지만, 만일 자리를 빼더라도 충분히 다른 비즈니스를 유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결과는 전혀 달랐다. 며칠 뒤 은행측은 인근 쇼핑몰로 이전하겠다고 알려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임대료 인상요구 소식이 인근 테넌트들에게 퍼져 속속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건물주에 알려해왔다. 입주에 관심을 보였던 다른 업체도 망설이고 있다. 건물주는 부랴부랴 은행측에 전화를 걸어 당초 제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뒤였다.
미국의 은행 지점수는 지난 2009년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지점이 9만 3283개라지만 이는 지난 10년래 최저수준이다. 게다가 지점을 줄여서 옮기거나 폐점한 숫자는 반영되지 않은 통계다.
남가주 일대에 다수의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는 한 유태인 건물주는 “상가에 입주해 있던 주류 은행 상당수가 지점을 줄였거나 옮겼다”라며 “은행지점을 옮긴다고 말한 은행에 렌트비를 낮춰주거나 편의를 제공해 붙잡았고, 지점 크기를 줄인다고 해도 최대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욕심을 부리다가 앵커테넌트를 잃으면 더 큰 손해를 입는다”라고 덧붙였다. 은행이나 유명 체인점을 테넌트로 둘 경우 렌트비보다 건물의 가치를 지켜주고 다른 업체를 유치하는데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타겟, 월마트같은 초대형 유통업체들도 지점을 축소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건물주는 더 이상 ‘갑’의 위치에 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는 “상가같은 상업용 부동산은 장기보유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테넌트가 자주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건물주가 모기지를 끼고 있는 만큼 페이먼트를 생각해야겠지만 렌트비와 세금을 내는데 문제가 없다면 여유를 가져야 한다. 특히 앵커테넌트에게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면 들어주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