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수’ vs ‘미풍아’ vs ‘갑순이’… 3색 주말극 대전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붙박이 시청자들이 버티고 있는 황금 시간대, 높은 시청률은 떼놓은 당상인 주말극이 새 출발을 알렸다. 그것도 방송3사가 동시 스타트를 끊은 상황, 오후 8시 양복점 세 아들의 가업 잇기가 끝나면 9시 즈음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남남북녀의 사랑 이야기, 공시생과 갑순이가 보여주는 오래된 연인 이야기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지난 27일, 나홀로 달리는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동 시간대 맞붙는 MBC ‘불어라 미풍아’와 SBS ‘우리 갑순이’의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가업잇기vs남남북녀vs공시생… 3극3색=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핵심 줄거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맞춤 전문 양복점을 둔 세 남자의 가업 잇기다.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MBC 주말극 ‘가화만사성’에서도 중화요리 집을 이어받는 등 주말극에서 단골 소재로 다뤄져 왔다. 또 이번 극에서는 신구(新舊)의 화합이라는 모토로, 현대에서 사라져 가는 양복점을 두고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갈등과 이해를 함께 담게 된다. 많이 다뤄져 온 주제와 흐름이지만, 양복점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변주의 요소로 꼽힌다. 지난 27일과 28일 방송된 1, 2회에서는 양복점을 맡고 있는 신구가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양복점 처분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내용이 그려졌다.


‘불어라 미풍아’는 북에 가족을 떠나온 변희봉이 가족을 찾는 것과 더불어 남남북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어린 시절 유학을 떠나 만난 북한의 소녀와 남한의 소년이 성인이 된 뒤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 이외에도 탈북해온 한 탈북 가정의 이야기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윤재문 PD는 “북한 가족이 우리 드라마 중심에 서 있다”며 “이산가족의 아픔, 만나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다른 드라마와 다른 면”이라고 소개했다. 1, 2회에서는 한국 소년 장고와 북한 소녀 승희가 13년 후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그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두 편의 드라마에 비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을 담은 건 ‘우리 갑순이’다. 취업 준비생, 그중에서도 공시생 갑돌이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갑돌이와 10년간 사랑을 키워온 갑순이와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찌질의 극한을 보여줄 공시생 갑돌이는 이미 취직을 한 갑순이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몇 년째 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혼전 임신 문제도 다룬다. 갑순이가 덜컥 임신을 하게 되면서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갑돌이의 내적 갈등과 더불어 갑순이와 갑돌이가 세상을 헤쳐나가는 고군분투를 그린다. 1, 2회에서 갑순이 갑돌이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히면서 마음잡고 공부하려던 갑돌이는 충격에 휩싸이며 다음 편을 예고했다.

▶라미란X차인표 vs 손호준X임지연 vs 송재림X김소은= 방영 전 캐스팅에서 기선을 제압한 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었다. 라미란과 차인표 커플을 필두로, 신구와 이동건까지 가세했다. 특히 라미란과 차인표의 케미에 시선이 집중됐다. 차인표와 라미란은 부부로 호흡을 맞춰 극에 웃음 포인트를 담당한다. 통닭집 사장님으로 현신한 차인표와 남편에게 “교양이 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걸크러쉬 남편 바라기 부인 라미란의 케미는 단연 돋보였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도 차인표는 라미란의 캐스팅 소식에 “유레카를 불렀다”고 고백했다. 1, 2회에서 두 사람은 알콩달콩 부부 연기를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툴툴대면서도 라미란이 먹여주는 장어를 받아먹으며 달달한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KBS, MBC, SBS 방송화면 캡처]

‘불어라 미풍아’의 손호준과 임지연은 앞서 SBS ‘정글의 법칙’으로 만난 인연에 이어 이번엔 연인 사이로 만났다. 손호준은 예능 tvN ‘삼시세끼’ 이후 첫 안방극장 복귀, 임지연은 영화 ‘간신’ 이후 주말극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주말 안방극장에서는 신선한 얼굴이다. 손호준은 인권 변호사를, 임지연은 북한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남동생, 어머니와 함께 탈북 후 한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소녀 가장을 맡았다. 어린 시절 만났던 두 남남북녀가 성인이 돼 만나 다시 사랑을 키우는 뻔한 스토리가 둘의 케미로 어떻게 다르게 풀릴지가 관건이다.

‘우리 갑순이’의 송재림, 김소은 커플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 부부로 활약한 바 있는 조합이다. 앞서 두 사람은 “부부로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어서 촬영이 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송재림과 김소은은 철없는 20대 커플로, 혼전 임신 후 고군분투하는 탈 많은 연인을 연기하게 된다. 송재림은 철없는 장수 고시생, 김소은은 그런 남자친구를 몇 년 째 뒷바라지하는 순진무구한 여자친구를 맡았다.

[사진=KBS, MBC, SBS 방송화면 캡처]

▶2회 방송, 3사 드라마 성적표는?= 변수 없이 단연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주말극 1위에 올랐다. 오후 8시대 나 홀로 방송 특수와 더불어 몇십 년 째 이어온 황금 시간대 편성이기 때문이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1회는 22.4%, 2회는 28.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했다. 20%대를 훌쩍 넘는 시청률로 시작, 성황리에 종영한 전작 KBS2 ‘아이가 다섯’ 종영시청률인 32.8%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아이가 다섯’이 26.8%의 시청률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스타트에서 조금 뒤처진 모습이다.

[사진=KBS, MBC, SBS 방송화면 캡처]

오후 8시 40분 시간대에서는 ‘불어라 미풍아’가 ‘우리 갑순이’를 큰 폭으로 제쳤다. ‘불어라 미풍아’는 1회에서 10.4%, 2회에서 11.6%를 기록했다. 1회 시청률은 전작 ‘가화만사성’의 1회 시청률 보다 4.4% 포인트(14.8%), 종영 시청률보다는 7.1% 포인트(17.5%) 낮은 수치다. 하지만, 2회만에 1.2% 상승, ‘우리 갑순이’와의 대결에서 2연승을 선점했다.

[사진=KBS, MBC, SBS 방송화면 캡처]

‘우리 갑순이’는 1회에서 6.8%, 2회에서 8.4%를 기록, 주말극 꼴찌로 진입했다. 전작인 SBS ‘그래, 그런거야’가 아쉬운 시청률로 종영한 데 따른 여파도 패인 중 하나다. ‘그래, 그런거야’는 시청률 10.1%로 종영한 바 있다. 하지만, 2회만에 시청률이 상승해 ‘불어라 미풍아’와의 차이를 3.6% 포인트에서 3.2% 포인트로 좁혔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매주 토, 일 오후 8시, ‘불어라 미풍아’와 ‘우리 갑순이’는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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