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세계화를 위한 전략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대중문화 장르들이 해외로 나가고 국가간 교류가 되고 있지만, 코미디 분야 만큼은 세계화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문화에 따라 코미디 코드도 다르고, 외국어를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그 언어속에 담긴 직감(Intuition)까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기우라는 점을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이 확인해주고 있다. 코미디로 각 국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개그콘서트’ 같은 TV 형식의 코미디를 넘어 넌버벌 코미디로 소통할 수도 있었고, 기예와 마술, 비트박스, 저글링, 마임, 슬랩스틱 등도 강력한 소통 무기였다. 

올해로 4회를 맞은 BICF는 9일로 행사기간이 연장됐고 콘텐츠들도 더욱 풍성해졌다. ‘코미디 몬서터즈’ 등 국내 팀들도 해외 무대에 설 수 있는 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 코미디언들도 BICF를 통해 점점 이런 부분에 눈을 뜨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BICF는 우리의 코미디 영토를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다.

초청팀 외에도 자유참가팀이 많아져야 한다

올해 BICF에는 11개국에서 30개 코미디팀이 참가했다. 해외팀들의 경우 형태를 더욱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BICF가 해외에 좀 더 알려지려면 초청팀으로만 이뤄져서는 안된다. 지금 해외팀들은 대부분 초청작인데, 자유 의지로 참가하려는 팀들도 지금보다 조금 더 많아져야 한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처럼 좋은 평점을 받으면 여러 바이어들이 서로 사겠다고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런 구조속에서 참가의사를 보이는 팀들이 늘어나게 된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지닌 초청팀은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주최측이 이들에게는 출연료에 비행기 요금, 숙박 경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주요한 몇 개의 팀은 100% 초청하더라도, 자비로 와서 공연을 펼치겠다는 팀들도 많아져야 한다. 자유참가팀들도 기량에 따라 비행기 티켓과 숙박비를 조금씩 차등적으로 스폰서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BICF에 참가하는 다양한 ‘루트’와 ‘형태’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한류 코미디팀 ‘옹알스’는 2010년에는 자비로 가까스로 에딘버러에 가 무관심 속에서 거리 공연을 펼친 것을 시작으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별점 5개를 받아 이제는 초청팀 명단에 이름을 올릴 직전 단계다. 옹알스는 영국의 어린이박물관부터 노인요양시설까지 재능기부 무료 공연으로 팬덤을 늘려나가며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

몽트뢰 코미디페스티벌에서 벤치마킹하는 非페스티벌 기간의 마케팅전략

BICF가 행사기간 외에는 홍보나 마케팅이 여의치 않다.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는 기간의 마케팅은 프랑스어권에서 가장 큰 코미디 축제인 몽트뢰코미디페스티벌(MCF)을 벤치마킹할 만하다.

MCF는 매년 12월에 5~6일 정도 열리고 있지만, 본 행사와는 별도로 몇 개의 이벤트가 다른 기간에 열리게 함으로써 페스티벌 기간뿐만 아니라 연중 행사로 기억되게 만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6월 글로벌한 접근 방법으로 최대 규모의 국제적 신인 발굴행사로 시작된 ‘조크네이션’이다. 조크네이션은 디지털, TV, 공연장 등 다중매체와 결합한 프로젝트로 프랑스어권 5개 국가와 영어권 5개 지역에서 갈라쇼를 개최, 무려 120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아티스트를 만난다.

MCF는 조크네이션 외에도 ‘몽트뢰@YOU’ 콘셉트로 TV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형식의 코미디를 전 세계에 수출하며, SNS 노출을 통해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 몽트뢰는 인구가 2만여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휴양지이다. 하지만 MCF는 몽트뢰→스위스→프랑스어권→영어권으로 공간을 확대하고, 별개의 이벤트들을 선보이며 시간을 확장했다.

코미디 세계화는 거창한 게 아니다

코미디를 통한 문화 교류는 우리에게도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코미디 세계화는 무슨 구호처럼 거창한 게 아니다. TV만으로 활동하던 코미디언들이 주축이 돼 해외를 겨냥하는 팀들이 생겼다는 건 무척 고무적이다. BICF가 있어 옹알스 같은 팀을 보다 효율적으로 외부에 알릴 수 있었다.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김영철이 참가했던 6분짜리 오픈 스튜디오 무대를 활용해도 괜찮을 듯하다. 부산역앞이나 국제시장, 동래, 해운대 등 핫 플레이스에서 아마추어들이 코미디 기량을 선보이게 해 SNS로 방송하는 방법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도 이미 다문화,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만으로 토론 그룹을 만들 수 있고(비정상회담),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7개국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데,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모국어로만 의사소통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찍고 있다.(바벨250) BICF는 이런 문화적 흐름속에 모처럼 세계화 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을 맞이했다. 이를 보면서 기존 코미디 개념을 조금 달리 가질 수 있고, 우리 코미디의 영역과 스타일을 좀 더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국내팀과 해외팀이 서로 교류하고 싶은 욕구도 생길 것이다. 또 그속에서 다양한 웃음 문화들을 느끼면서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면 넉넉함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생각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줄 수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로운 마음의 자세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BICF의 세계화가 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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