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녕! 추석, 안녕?” 극장가 새판짜기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볼 영화가 유달리 많았던 올여름, 놓친 영화가 있다면 서둘러야 할 때다. 영화계가 또 한 번의 ‘대목’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새판짜기에 돌입했기 때문. ‘빅4’(‘부산행’ㆍ‘인천상륙작전’ㆍ‘덕혜옹주’ㆍ‘터널’)의 흥행몰이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가졌던 극장가는 곧 간판 영화들을 바꿔 달 예정이다. 한가위 추석 상처럼 영화도 다채롭다.

▶‘밀정’ㆍ‘고산자’, 가족관객 누가 잡을까= 추석을 한 주 앞둔 9월7일,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동시에 개봉한다. 정면으로 맞붙어 승자와 패자가 갈릴 싸움이지만 추석 연휴까지 쌍끌이 관객몰이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밀정’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 경무국 경부 이정출(송강호)이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뒤를 캐면서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밀정’은 첩자를 뜻하는 말로, “적인지 동지인지” 모르는 인물들의 속내를 좇는 긴장감이 크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달성한 ‘암살’과 닮은 영화다.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장화, 홍련’(200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하 놈놈놈) 등 한국 영화의 대표적인 ‘스타일리스트’로 불린다. 신작 ‘밀정’에서도 1920년대 경성과 상해를 재현해낸 감각이 탁월하다. 배우 송강호와는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놈놈놈’에 이은 네 번째 협업이다. 여기에 ‘부산행’으로 올해 첫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 공유도 출연해 흥행력을 보탠다.

‘실미도’(2003), ‘공공의 적’ 시리즈 등 흥행작을 배출해 온 강우석 감독의 첫 사극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한국 영화 최초로 조선 후기 지리학자인 김정호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배우 차승원이 조선 제일 ‘지도꾼’ 고산자 김정호로, 유준상이 흥선대원군으로 출연한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실측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김정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마라도, 지리산, 합천 황매산, 강원도 양양, 백두산 천지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대규모 로케이션이 산수화를 보는 듯 영화의 색채를 더한다.

이에 더해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과 나누겠다는 신념을 가진 김정호와, 지식이 곧 권력인 조선시대에 지도를 독점하려는 흥선대원군의 대립이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상영등급도 전체관람가로 가족 단체관람 영화로 적합하다.

▶볼거리 많은 외화= 올여름 한국 영화들에 밀려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외화들이 자존심 회복을 노린다. 


초여름 실사영화만큼 정밀한 정글 묘사로 호평을 이끌어냈던 ‘정글북’과 함께 ‘디즈니 라이브액션 시리즈’로 묶이는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9월7일 개봉한다.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10년 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이기도 하다. 팀 버튼 감독이 제작을, 제임스 보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독특한 미술 세계를 선보인다.

이병헌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할리우드 영화 ‘매그니피센트7’은 9월14일 공개된다.

‘매그니피센트7’은 정의가 사라진 마을을 지키기 위해 7인의 무법자들이 한데 모이면서 통쾌한 복수를 시작하는 와일드 액션 블록버스터.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빈센트 도노프리오, 마틴 센스마이어까지 화려한 면면의 배우들이 벌일 황야 액션에 관객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959년 제작된 고전 명작 ‘벤허’의 리메이크도 같은날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잭 휴스턴, 모건 프리먼, 토비 캡벨 등이 출연한다. 고전의 향수를 간직한 중장년층, 새롭게 재해석된 명작을 보고싶은 청년층 등 세대를 아우른 관객들을 불러모을 전망이다.

▶‘아기자기’ 애니메이션도 풍성= 어린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 애니메이션도 다양하다. ‘장난감이 살아있다’, ‘로빈슨 크루소’, ‘드림 쏭’이 차례로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9월7일 가장 먼저 개봉하는 ‘장난감이 살아있다’는 테이블 축구 게임의 장난감들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장난감 축구 선수들은 공원 벤치, 롤러코스터 꼭대기, 쓰레기더미 등 엉뚱한 곳에서 깨어나면서 웃음을 더한다. ‘엘 시크레토:비밀의 눈동자’(2010)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애니메이션으로, ‘미니언즈’ 시리즈 제작진이 가담해 완성도를 높였다

다음날인 9월8일 개봉하는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라는 ‘새 생명체’를 발견한 섬 동물들의 이야기다. 로빈슨 크루소의 시각으로 생존기를 담아낸 기존의 문법을 비틀어, 두 발로 걸어다니는 인간을 처음 본 섬 동물들의 시각으로 영화가 구성돼 재미를 더한다.

추석 연휴 첫날인 14일에는 ‘드림 쏭’이 개봉한다. ‘드림 쏭’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 아이가 아빠의 반대를 무릎쓰고 꿈을 위해 혈혈단신 도시 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토이 스토리2’를 연출한 픽사 스튜디오 출신 애쉬 브래넌 감독의 작품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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