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무비 QnA] “영화 보고, 뽕도 따고”…영화계X금융투자 컬래버레이션 바람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영화의 관객수는 쭉쭉 올라가는데, ‘남의 잔치’만은 아닐 때,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최근 영화 흥행에 따라 투자수익을 올리는 ‘크라우드펀딩’, 우대 금리를 얹어 받을 수 있는 특판 정기예금 등 금융투자상품들이 등장해 영화 보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 남의 것이 아닌 ‘내 영화’가 되면 관객들의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니, 영화업계에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제작비는 170억 원. 이 가운데 35억 원은 기업은행의 통 큰 투자였다. 또 다른 5억 원은 이른바 ‘개미투자자’들에게서 나왔다. 314명의 투자자들이 ‘인천상륙작전 영화펀딩’이라는 이름의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것. 원래부터 영화 투자의 ‘큰손’들은 금융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일반 관객들도 ‘영화 투자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8월31일까지 698만 관객을 동원한 ‘인천상륙작전’이 이주 내로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수익률은 25.6%가 된다. IBK투자증권에서 중개한 이 크라우드펀딩은 영화의 손익분기점(BEP)인 450만 관객을 넘어 500만 관객 이상이 되면 5.6%수익이 발생한다. 이때부터 10만 관객이 올라갈수록 1%씩 올라가는 식으로 설계됐다.

IBK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투자의 일환”이라면서 “원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의 아이디어에 투자한다는 취지였고, 올해 3월 론칭한 크라우드펀딩을 홍보하고 성공사례를 만들어보고자 이벤트성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영화 ‘귀향’과 같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비가 마련된 사례는 있었지만 이는 엄밀히 따지면 투자상품은 아니었다. ‘기부형’ 크라우드펀딩과 달리 ‘인천상륙작전’의 크라우드펀딩은 ‘수익형’에 해당하는 첫 사례다.

‘인천상륙작전’ 측 관계자는 “제작비가 모자라서 펀딩을 한 것은 아니었고 영화가 가진 의미를 국민과 나누어보자는 차원에서 진행됐다”라며 “물꼬를 텄으니 이같은 상품이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인천상륙작전통장’도 출시했다. 통장 개설자들은 연 1.13%에서 시작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최고 금리인 연 1.43% 금리 혜택을 받는다. 잠재적 영화 관객인 소비자는 흥행 성적을 예상하고 우대 금리를 받는 재미를 준다.

‘월드컵통장’과 같이 금융권에서 특판 예금을 선보이는 것이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흥행과 연계하는 것은 최근의 트렌드다. KEB하나은행은 올해만 ‘시간이탈자’, ‘터널’, ‘밀정’ 등의 흥행과 연계한 ‘무비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다. 관객수가 1000만 미만이면 연 1.5%, 1000만 이상이면 연 1.55% 금리가 된다. 우리은행도 ‘시네마정기예금’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특판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문화 콘텐츠 발전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도 높일 수 있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거나 기존 고객에 혜택을 줄 수 있어 계속해서 영화 흥행 연계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추첨을 통해 영화 티켓을 제공해 영화 홍보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 마케팅으로는 금융권 뿐만 아니라 스포츠 단체나 지방자체단체 등 여러 제품군과 협업을 하고 있다”라면서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영화가 가진 의미도 공유할 수 있고, 크라우드펀딩 등에 참여한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과 관여도가 높아져서 스스로 입소문을 내 주는 홍보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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