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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의 미국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한지방행정공제회(POBA)가 미국 주요 도시의 빌딩을 핵심자산으로 삼는 부동산펀드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해 그 귀추가 주목된다.
POBA는 최근 미국 워싱턴DC·볼티모어·시카고 등 7개 지역 정부기관들이 입주한 상업 건물을 보유한 개방형 부동산펀드에서 700억원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 8조원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POBA는 약 1조 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주로 미 정부기관 입주 건물 관리펀드에 돈을 투자하기때문에 경기변동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받고 있다. 실제 POBA는 지난 2013년 7월 이 펀드에 투자를 결정한 끝에 지금까지 약 11%에 달하는 내부수익률(IRR)을 건진 것으로 알려진다. POBA는 올해 연말까지 환매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POBA가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자금회수에 나선 것은 미국의 금리 때문이다. POBA는 미국의 금리가 오리게 되면 부동산 투자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POBA가 투자한 펀드는 수익이 안정적인 대신 임대료가 고정돼 있어 추가 수익을 얻기는 어려운 구조로 알려진다. 즉 금리가 오르고 공실률이 낮음에도 렌트비를 올릴 수 없다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기회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게 POBA의 분석이다. 부동산 경제학자들 역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은 투자수익률은 떨어기기 마련, 특히 임대료가 고정돼 있는 경우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POBA는 당초 오는 2020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최소 30%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자산운용 부문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 투자비중을 2%에서 9%로, 해외투자는 24%에서 30%로 올린다는 것이 POBA의 투자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이 밝혀지면서 방향을 급선회했다.
한편 POBA의 투자 철수는 한국 기관투자가가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철수하는 첫 사례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기타 기관 및 기업과는 대비되는 조치다.
한국 자본은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 호텔&카지노 업체 파라다이스 그룹(대표 전필립)이 플로리다 주 올랜도 소재 ‘엠버시스윗트호텔’을 총 3535만달러에 사들였다. 지난해 뉴욕 팰리스 호텔을 사들인 롯데호텔은 뉴욕 맨해튼을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 33개의 호텔 인수를 계획 중이며 이 중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인 곳만 15곳에 달한다.
이랜드그룹 역시 지난 2011년 인수한 팜스리조트 뿐만 아니라 사이판 코럴 오션 골프리조트(C.O.P)와 PIC리조트 등 사이판에서만 3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이를 포함 한국과 해외에 총 24개 호텔·리조트 체인망을 갖추고 있다. 또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역시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5월에는 하와이의 대표적 호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5성급 리조트 호텔 페어몬트 오키드를 2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