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해 민사소송 10건 가운데 6건 이상이 전자소송으로 진행돼 종이문서를 이용한 기존 소송시스템을 빠르게 대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과 지방 소재 법원 간 전자소송 이용 편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돼 추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6일 법원행정처가 최근 발간한 ‘2016 사법연감’에 따르면 작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체 1심 민사본안사건 100만6592건 가운데 전자소송은 61만1550건(60.8%)으로 사상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섰다. 반면 종이소송 접수건수는 39만5042건(39.2%)으로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전자소송이란 사법시스템의 모든 운영형태가 종이가 아닌 전자기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은 지난 2010년 특허사건에 전자소송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단계별로 민사ㆍ가사ㆍ행정 사건에 확대 시행해왔다.
이 가운데서도 민사 분야에서의 전자소송 이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2012년 37.3%(38만9823건)를 기록한 전자소송 이용 비율은 2013년 43.5%(47만6718건)에서 2014년 53.7%(61만620건)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쳐> |
종이보다 송달이 편리하다는 장점 뿐 아니라 전자소송으로 사건을 접수할 경우 인지액의 10%를 깎아 주는 등 혜택이 큰 것도 이용자 증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벌인 삼성가(家) 상속소송의 인지대는 1ㆍ2심을 합쳐 총 171억여원에 달했지만 이 명예회장 측 대리인이 전자소송을 활용해 17억여원의 인지대를 감액받은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 소재 법원 간의 전자소송 이용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국 18개 지방법원 중 전자소송 접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서부지법으로 80.9%를 기록해 전년(79%)보다 더 높아졌다. 2위는 서울중앙지법으로 79.3%가 전자소송으로 접수됐다. 그밖에 서울북부지법(75.2%)과 서울남부지법(64.7%)의 비율도 높았다.
반면 서울 소재 5곳의 법원을 제외한 13곳의 지방법원들은 모두 전자소송 접수 건수가 50%를 밑돌아 대조를 이뤘다. 제주지법의 경우 전자소송 비율은 30.5%로 전국 법원 가운데 가장 낮았고, 대구지법(36.5%)과 광주지법(39.7%)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처럼 전자소송 접수 비율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로는 주요 법률서비스가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다 지방으로 갈수록 개인이 ‘나홀로 소송’을 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전자소송을 통해 소장 등 각종 문서와 증거의 제출, 기일의 통지, 기록의 관리, 재판의 심리, 판결의 선고 및 판결서 송달 등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 사법시스템도 판결서 작성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