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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들을 위한 영화계와 사회 전반에서 이뤄진 선행작업 덕분에 동성애 문제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을 구태의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존경받는 세 배우(하정우·조진웅·김민희)가 이 작품에 출연해줘 고맙고, 이들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세계적인 거장 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태리, 제작사인 임승용 용필름 대표가 다음 달 14일 영화 ‘아가씨’의 북미 개봉을 앞두고 26일 LA를 찾았다.
세 영화인은 이날 LA 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열린 동포 언론 대상 기자회견에서 북미 개봉을 앞둔 소감 등을 밝혔다.
영화 홍보차 캐나다 토론토,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등을 거쳐 LA에 온 박 감독은 “주변 분들 중에서 지금껏 제 영화 중 가장 우수하다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예전 작품보다 폭력이 약하고, 따뜻해서 하드코어 팬들은 실망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여성 관객을 필두로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고 토론토에서 반응도 좋았다”며 본격 개봉을 앞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이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전 세계 176개국에 선판매됐다. 스릴 넘치는 훌륭한 시대극이라는 평가 속에 극 중 김민희와 김태리의 동성애 장면이 화제를 뿌렸다.
박 감독은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 대사의 양이 가장 많다”면서 “자막으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외국 관객들에게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한 번 더 봐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해외 에이전트들을 통해 영화를 두 번째로 볼 땐 처음 볼 때와는 다른 큰 격차를 느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영화 주제가 외국 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기를 희망했다.
임 대표의 제안에 따라 영국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를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황으로 각색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였다고 평한 박 감독은 “당시 한국과 일본의 적대 관계, 신분상의 장벽 등 모든 장애를 이겨냈을 때 사랑의 감동이 더욱 크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전 작품보다 훨씬 친절해졌다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에 대해 박 감독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구조이다 보니 관객들이 이를 따라가고 디테일을 음미하게 됐다”면서 “모든 감독이 경제적인 이야기 전개와 친절한 전달을 고민하듯이 나 또한 그러하고, 앞으로의 작품에선 사족을 붙이듯 중언부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가씨’를 비롯해 ‘암살’(최동훈 감독), ‘밀정’(김지운 감독)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흥행을 쌍끌이하는 것에 대해 임 대표는 “상업 영화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근·현대사의 당시 갈등구조가 좋은 소재가 됐다”고 평했다.
임 대표는 “장르를 재구성하는 능력(최동훈 감독), 버림받은 첩보원의 이야기(김지운 감독), 미학의 시대적 해석(박찬욱 감독) 등 동시대라는 같은 소재를 두고 각 감독이 색깔을 발휘해 다양하게 해석하면서 볼거리가 풍부해졌다”고 덧붙였다.
첫 해외 영화 홍보에 나선 김태리는 “홍보활동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면서 “첫 작품에서 큰 배역을 맡은 만큼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계속 팬들을 찾아뵙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감독 일행은 이날 오후 LA 웨스트할리우드 선댄스 극장에서 영화 제작사 아마존 스튜디오와 배급사 매그놀리아 픽처스와 함께 미국 주요 대학 영화학과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상영회에 참석한다.박 감독은 AFI(American Film Institute)를 비롯해UCLA·USC·UC 어바인·채프먼대·CSUN 영화학과 학생들의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