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계 흑자 폐업 급증

업체 물려받을 자녀 없고 직원에게 맡기자니 안내켜

사업체 가치산정 시스템 없어 매각 어려워

자바상가
한인의류업계가 1세대 창업주의 비즈니스 은퇴 시기와 맞물려 마땅한 승계 계획이 없어 흑자상태에서도 폐업이 적지 않다. 사진은 LA다운타운 의류상가,<기사 안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한인의류업계에 ‘흑자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500여 업체가 문을 닫은 가운데 흑자운영 상태에서 폐업한 곳이 적어도 100개에서 많게는 200개에 달한다. 흑자 폐업 현상은 갈수록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의류업계의 시각이다.

경기 침체 여파로 과거에 비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내던 업체들이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는 차세대 승계에 실패한 것이 주 요인이다.

현재 1300개로 추산되는 LA지역 한인 의류업체 중 20년 넘게 업체를 운영한 곳은 300~400곳에 달한다.

여기에 뒤늦게 문을 열고 1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해온 업체까지 더하면 전체 한인의류업체 가운데 절반 가량인 700여 업체가 1세대가 운영하는 의류업체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세대교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문을 닫고 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나름대로 규모를 갖춘 대부분의 한인 의류업체 업주의 평균 연령은 60대초중반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연령층이다.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규모도 갖추고 매출과 영업 이익을 올려 재산도 축적했지만 정작 비즈니스를 물려줄 세대 교체 준비에 소홀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세대교체란 한마디로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비즈니스 상속’이다.

자녀가 부모의 의류비즈니스를 물려받으려 하지 않거나 그럴만한 자녀가 없는 업주들로서는 장기간 일을 같이 해 온 유능한 직원이나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은퇴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사업체 매각을 고려할 만하지만 의류업체는 다른 사업체처럼 매출에 따른 가치를 가격으로 책정해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다. 제품 자체가 유행에 민감하다 보니 원가로만 계산해도 작게는 수백만 달러 많게는 1000만 달러 이상되는 의류 완제품 재고물량의 가격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

10년 넘게 쌓아온 영업 노하우나 브랜드 가치를 책정할 만한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최근 의류사업에서 은퇴한 업주 A씨는 “아쉽게도 자녀들이 의류업계 관심이 없어 잘 운영해 온 비즈니스를 그냥 닫고 말았다”라며 “장기 근속 직원에게 물려줄 생각도 해봤지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재고나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회사를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창고에 남아 있는 제품만 싸게 팔고 회사를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한인사회 1세대 사업주의 은퇴계획에 관심이 많은 유니티뱅크 최운화 행장은 “중소규모 사업체의 창업주가 나름대로 흑자운영해온 비즈니스를 매각도 못하고 그냥 폐업하는 현실은 사회적인 낭비”라며 “단 1달러일지라도 가치 산정이 안되는 사업체는 없으므로 투명하고 체계적인 회계관리를 통해 정당한 매매절차를 거쳐 비즈니스를 넘겨주는 게 사업자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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