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세대교체 더딘 한인의류업계 왜?

의류자료사진

3년전 LA다운타운 의류업계에서 은퇴한 한인 업주 K씨는 특이하게 직원에게 회사를 넘겨줬다.

창고에 있는 재고만해도 수백만 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이 직원에게 이 비용을 다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회사의 지분 중 대부분을 은퇴하면서 챙겼다. 당연히 회사 매출을 분기마다 확인하고 영업 이익 중 상당 부분을 은퇴 후에도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첫 1년은 나쁘지 않았다. 10년 넘게 손발을 맞췄던 직원에게 물려준 덕분에 은퇴 후에도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휜하게 알수 있었다. 자연히 판매에 따른 이익금 역시 배당금처럼 매 분기 마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났을때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담당했던 회계사(CPA)가 바뀌더니 잘 운영해 온 회사는 이후 분기부터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게 됐다. 결국 2년 가량 지났을때 물려 받은 직원은 회사의 이름도 바꾸고 연락까지 끊어 버렸다.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LA지역 한인의류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다.

차세대 전환이 상속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보니 힘들게 일군 회사가 사라지는 것이 싫은 1세대 업주들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20년 넘게 회사를 나름 번듯하게 일궈 놓은 대부분의 1세대 한인 의류인들이 자녀들에게 경영수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도 LA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에서는 부모인 1세대 의류인과 자녀인 차세대 의류인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1세 업주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없이 힘들게 일궈서 나름 규모까지 만든 회사를 무리 없이 자녀들이 운영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자연히 경영 수업에 참여한 자녀들의 성장이 더디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로 온 자녀들 역시 고충이 많다.

대부분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 후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온 경우가 많다. 지극히 한국적인 조직 분위기인 1세 운영 한인 의류업체는 핏줄인 자식들이어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의류개발실모습

여기에 이른바 ‘낙하산’으로 보는 주위 직원들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나름 의욕을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2세 의류인들도 적지 않고 또 성과도 차츰 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1세 의류인들의 조급함이 앞서 결국 자녀들과 마찰을 넘어 포기 단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자녀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는 프리미엄 데님전문기업 저스트USA 정주현 대표는 “우선 자녀들이 적성을 살리고 흥미를 유발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더욱이 대학 졸업후 다른 업계나 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1세 운영 업체가 한단계 더 성장 할수 있는 방향을 단계별로 설정해 이를 차근 차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 없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인의류협회 장영기 회장은 “한인 의류업계의 차세대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성장 동력은 꺼지게 된다”며 “아직까지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에 국한된 세대 교체가 앞으로는 젊은 의류인들의 창업 지원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늘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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