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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서 ‘잉글우드랩(Englewood Lab)’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이 열렸다.
잉글우드랩은 지난 2004년 설립된 미국의 화장품 연구개발·생산 전문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약 5600만달러, 영업이익 약 600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각각 53%, 33% 성장세를 보인 기업으로 알려진다. 상장 첫날인 14일만 해도 시초가 대비 18.18% 오른 9880원에 거래되며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지난 2013년 엑세스바이오 이후 처음 한국증시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란점과 그 대표가 데이빗 정이라는 한인이라는 사실에 큰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데이빗 정이란 이름, 왠지 낯설지가 않다.
데이빗 정이란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한 기업의 이름과 그와 관련한 검색결과가 쏟아진다. 그 기업의 이름은 바로 쓰리랩(이하 3LAB). 잉글우드랩의 데이빗 정 대표가 바로 그 3LAB의 데이빗 정 대표와 동일인인 셈이다..
3LAB의 기록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내용이 재밌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재미 교포가 설립한 한 중소 화장품 업체가 한국에서 마치 명품 화장품처럼 고가에 판매하고 있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화장품이 한국에서 명품 화장품으로 둔갑했다”, “미국 유명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았으면서 입점한 것으로 고객을 속였다”등이다. 한 방송사는 이 기업을 취재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 보도 이후 3LAB은 각 매장에서 퇴출 당했고 기업은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파산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3LAB이 대기업이 아닌 한인이 설립한 중소기업이란 것, 백화점 입점 확정에 앞서 마치 입점이 끝난 것처럼 광고한 점, 기업 규모에 비해 제품이 굉장히 고가인 것 그리고 성분과 효과에 대한 과장 광고를 한 점 등은 사실로 인정된다. 물론 그 방송사도 표적 보도로 비판 받았다. 3LAB을 부실 혹은 불법 업체처럼 묘사하거나 백화점 입점 자체가 사실이 아닌 것처럼 설명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결과만 보면 3LAB은 이듬해인 2008년 한국과 세계 각국의 백화점에 입점하며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3LAB’이 ‘잉글우드랩’이란 이름으로 다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기업 소개에서도 화장품 원료를 생산해 글로벌 화장품회사에 공급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방식(ODM)업체임을 내세웠다. 엘리자베스 아덴, 클리니크, 키엘 등 60개 이상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이들에게 원료를 공급하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기업의 신뢰도를 강조했다.예전처럼 자사의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잉글우드 랩은 한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아시아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자회사 잉글우드랩코리아를 설립, 연구개발·영업·제품개발 등 3개 조직을 꾸린 것도 이를 위함이다. 정 대표는 “잉글우드랩은 한국 자회사의 독자적 사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아사아 지역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략적 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LAB에서 잉글우드랩으로 변신한 데이빗 정 CEO.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