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혼술남녀’중에서 가장 짠한 인물은 누구일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를 보면 온통 짠한 인물들이다. 누가 가장 불쌍한지 순위를 매기고 싶을 정도다. 서로 우열을 가리기 정도로 각자 사정과 애환들이 있다.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 혼술, 혼밥문화가 보편화되고 있고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가 28%선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혼술남녀’를 보고 있으면 오죽하면 저러고 있냐는 느낌이 든다. 이 드라마는 매회 처음과 말미에 진정석(하석진 분)이 “내가 혼술을 즐기는 이유는~”라고 말하며 힐링과 나만의 즐김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여건이 안돼 그렇게 하고 있다는 짠함이 느껴진다. 혼술이 즐거운 일이지만 갈수록 혼자 먹는 행위의 쓸쓸함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등장인물들중에 기범(키 분)은 불쌍한 것으로는 상위에 랭크될 것 같다. 엄마 생일잔치에 가기 힘든 사정인 것도 짠한데 그가 좋아하는여성인 채연(정채연 분)이 공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기범은 채연이 술에 취해 업고 들어왔는데, 채연은 자신을 업어준 사람을 공명으로 착각한다. 기범은 집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여친도 없다. 꼭 공시만은 붙었으면 한다.

공명(공명 분)도 더욱 짠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선생이 자신의 친형과 포옹하는 장면을 봐버렸다. 삼각관계에서 밀려나는 것만으로도 아픔인데, 그 경쟁 대상이 친형이라니…

기범, 공명과 3총사인 동영(김동영 분)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 집도 가난한데, 헤어진 연인인 주연(하연수 분)과 다시 잘해볼 가능성도 사라져버렸다. ‘핵궁상’ 동영이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며 자살(?) 소동을 벌일 때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참으로 애매했다.


학원강사인 황우슬혜(황진이 역)도 마찬가지다. 섹시한 외모를 지닌 그녀는 매번 남자친구의 아기를 갖기위해 희망에 부풀어있다가 절망하곤 하다 이제는 아예 애인에게 차여버렸다.

채연(정채연)은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짠함이 느껴진다. 명문대 문과를 나와 취업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문송’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채연에게 “너 학교 다닐때 공부 잘했잖아. 아직 취직 못했어. 7급도 아닌 9급 공무원 준비하니?”라고 골 지르는 멘트를 날린다.

민교수(민진웅)는 매번 학생수가 적다며 원장에게 구박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대모사 연습을 해가며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짠하다. 그는 이혼하고 치매를 앓던 어머니마저 별세하자 ‘고아’가 됐다.

김원해 원장(김원해)은 돈 되는 강사와 돈 안되는 강사를 차별하지만, 학원을 차려준 장인장모와 아내에게는 완전히 잡혀사는 불쌍한 인간이다.

국어강사인 ‘노그래’ 박하나(박하선 분)는 반지하의 제왕으로 불린다. 잘 나가지 못하는 강사지만 특유의 밝은 셩격으로 꿋꿋하게 버텨나가는 게 보기 좋지만, 비가 많이와 집에 물이 들어왔을 때는 보는 게 안타까웠을 정도다.

반면 잘 나가는 한국사 강사 진정석(하석진 분)도 짠함과 아픔이 있다. 그는 역사는 ‘先흐름 後암기‘ 과목이라고 말하며 명강의로 소문나 있지만, 이기적이고 인성은 쓰레기다.

그는 말할 때마다 고퀄리티를 외치고, 자신만을 위한 힐링타임으로 럭셔리한 ‘혼술’을 즐기고 있음에도, 아픔과 상처 또한 적지 않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다 잘못돼 밀려나면서 선배의 소개로 학원으로 왔지만, 조금 잘 나가자 그 선배의 견제를 받는 신세가 되면서 극강의 이기주의 스타강사가 됐다.

‘떼술’은 감정낭비, 시간낭비, 돈낭비라는 유아독존형인 척 하지만, 사실은 잃은 게 많다. 주변 사람들을 잃었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도 잃었다. 우리가 혼술 문화를 이야기할 때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될 것 같다.

하석진이 이 사실을 박하선에게 말하면서 둘은 키스가 이뤄졌다. 해프닝 위주의 이 드라마에서 본격 멜로를 알려주는 키스 타이밍을 잡기도 쉽지 않은데, 짠함의 이들 키스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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