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조연서 원톱 주연…유해진이 ‘흥행공식’ 뒤집다

‘럭키’개봉 4일 만에 200만 돌파 ‘대박’
자신 경험 녹여내 ‘흥행불가’징크스 깨
부담감 딛고 고급스런 코믹연기로 화답

원톱 유해진이 해냈다. ‘럭키’200만 돌파 중심엔 유해진이 있었다. 무명시절부터 묵묵히 연기를 위해 인내해온 유해진의 인생역전이다.

영화 ‘럭키’(감독 이계벽/제작 용필름)가 지난 13일 개봉해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럭키’흥행세는 역대 코미디 최단 기간 200만 돌파 기록을 보유한 ‘전우치’7일보다 빠르며 역대 10월 최고 흥행작 ‘늑대소년’(9일), ‘완득이’(16일), ‘마션’(6일)의 모든 기록을 넘은 결과다.

‘럭키’는 성공률 100% 완벽 카리스마 킬러 형욱(유해진)이 사건 처리 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죽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이 목욕탕 키(Key)를 바꿔치기 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이 뒤바뀌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럭키’의 이 같은 폭발적 흥행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적당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면 성공이며, 코미디 영화 제작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명품 조연배우의 원톱 주연 영화는 흥행하기 힘들다는 징크스도 있었고, 최근 코미디 영화의 흥행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럭키’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럭키’엔 흥행을 가져다 줄 행운(Luck)의 키(Key)가 있었다. 바로 전국민 호감 배우 유해진이다. 꽃미남 외모는 아니지만 푸근한 매력으로 전세대에서 고루 인기를 얻고 있는 유해진에 대한 지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관객들은 ‘참바다 씨 주연 영화라면 봐줘야지’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럭키’에게 지갑을 열었고, 유해진의 코믹 열연과 영화적 재미는 입소문으로 작용했다.

‘럭키’를 촬영하며 유해진은 자신의 과거 무명배우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 자신이 살았던 곳과 비슷한 옥탑방에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기억상실 킬러 형욱을 연기했기 때문.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며 연기한 유해진에겐 ‘럭키’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기댈 선배 배우도, 부담감을 함께 나눌 또다른 주인공 없이 원톱으로 ‘럭키’를 이끌어야 했던 유해진. 부담감 때문에 더욱 자극적으로, 더욱 오버스럽게 코미디를 만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유해진은 억지로 웃기려 하면 관객이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자제했다.


중학생이던 당시부터 연극을 보고 배우를 꿈꿨다는 유해진. 하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유해진을 두고 친구들마저 ‘네가 무슨 배우가 되냐’며 웃었다고 한다. 연극영화과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세 번이나 낙방했다.

하지만 유해진은 굴하지 않고 군 제대 후 다시 입학시험을 치르고 서울예전 연극과에 진학했다. 유해진은 당시 부모님의 지원 없이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고, 그의 끈질긴 노력 끝에 아버지가 배우가 되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충청도 출신인 유해진에게 서울은 가혹했다. 편히 발 뻗고 누울 집이 없어 후배의 집에 얹혀살았다는 유해진. 벌레 가득하고 물이 새는 옥탑방이지만, 자그마한 보증금을 모아 월세방을 얻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는 그다. 그렇게 단역을 전전하던 유해진은 1997년 연극 ‘블랙잭’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주유소 습격사건’ ‘공공의 적’ ‘왕의 남자’ ‘타짜’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명품조연으로 우뚝 섰다.

이어 유해진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이장과 군수’(2007)에서 절친 차승원과 함께 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트럭’(2007)에서는 첫 원톱 주연을 맡아 열연했지만 흥행에선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후로도 수많은 영화에서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활약한 유해진은 주연 욕심보다는 극을 빛내는 명품 배우로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그런 유해진에게 또다시 원톱 주연이란 무게감을 안긴 작품이 바로 ‘럭키’다.

기댈 선배 배우도, 부담감을 함께 나눌 또다른 주인공 없이 원톱으로 ‘럭키’를 이끌어야 했던 유해진. 부담감 때문에 더욱 자극적으로, 더욱 오버스럽게 코미디를 만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유해진은 억지로 웃기려 하면 관객이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자제했다.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보여준 유해진의 하드캐리 코믹연기와 ‘럭키’에서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는 고급스러운 코믹연기가 다른 이유도 그 때문.

결국 관객은 유해진의 고급진 웃음에 응답했다. 충무로 흥행 공식을 모두 뒤엎고 10월 극장가를 뒤집어놓은 유해진의 ‘럭키’다. 그리고 입소문은 이제 시작이다. 과연 얼마나 더 많은 관객들이 유해진에게 응답할까? ‘럭키’ 흥행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이소담 기자/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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