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얼마전 종영한 tvN ‘혼술남녀’는 나혼자 술먹고 밥먹는 문화와 노량진 공시생, 취업난 등을 다뤄 어찌보면 사회성 짙은 이야기 같지만, 깊이 있게 들어가지는 않고 우리 사회 트렌드를 살짝살짝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현실성을 획득한다. 그 중심에 일타강사(1등스타강사) 진정석을 연기한 하석진이 있었다. 하석진은 학벌과 외모, 강의 실력이 뛰어나지만 인성은 쓰레기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 캐릭터 역시 아픔이 있었다.
하석진은 “드라마가 사회현상을 차용했지만 그걸로 자극을 주기보다는 술친구, 맥주를 마시는 친구 같은 드라마였다”면서 “풍자와 비판을 하기 보다는 그걸 소재로, 트렌디하게 보여주면서 피곤한 그들을 위로해주겠다는 것, 결국 사람을 그려내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고쓰’(고퀄리티 쓰레기)라는 별명을 달고 살며 이기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던 하석진은 “밉상과 웃기는 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했다”면서 “후반 극화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초반에는 무난하게 표현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아 진정석을 다소 세게 표현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제법 강한 밉상 캐릭터를 연기한 이유였다. 하석진에게 ‘혼술’을 즐기냐고 물어봤다.
“진정석 만큼은 혼술을 안 즐기기지만, 어쩔 수 없이 혼밥, 혼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술을 같이 먹을 때에는 술 자체는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계를 맺게하고 그 촉매나 윤활유, 활기 역할을 한다. 혼술의 경우는 술 자체가 주인공이 돼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하석진은 혼술과 함술(함께 먹는 술)에 대해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했고, 혼술의 장점도 설명했다.
“여러 명이 술을 마실 때는 과음하게 되는데 혼술은 한계를 안 넘긴다. 일정 기준치 이상 가면 힘들어지니까. 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생각이 더 중요하다. 술 취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면서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게 혼술의 미덕이다.”
하석진은 극중 진정석의 학원 강사로서의 모습을 좀 더 살렸으면 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돈을 받고 한국사를 가르치는 부분을 좀 더 살렸으면 했다. 너무 무난하게 연기한 것 같다.”
그는 연기자와 일타강사가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했다. 하석진은 “수입면에서도 톱 연예인과 일타강사가 비슷하다. 그런데 이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 언제 내 자리를 뺏어갈지 모른다. 계속 라이징 스타가 나온다. 두 분야 모두”라고 말했다.
‘혼술남녀’에 나온 인물들은 모두 짠하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권을 지니고 있는 진정석(학원강사)도 불쌍하다고 했다. “공시생들은 그런 것마저도 없다. 공시생들은 열심히 해도 일반 직장인이다. 기범은 ‘엄카’(엄마카드)라도 쓰고 있어 조금 낫지만 공명은 도와줄 사람도 없고, 동영은 집도 가난한 데 진로도 결정 안됐다.”
하석진은 극중에서 박하나(박하선)를 사랑하는데, 자신의 친동생인 공명(진공명 분)도 동시에 박하나를 좋아한다. 만약 실제라면 하석진은 기존 관계를 중시한다고 했다. 사랑한다고 무조건 대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석진에게는 ‘뇌섹남’ 이미지가 있다. 그는 조금은 이지적으로 보여질 수 있어 이번 드라마에서 뇌섹남 이미지가 도움이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전문직 연기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혼술남녀’에서 술 먹는 장면은 리얼리티 강화를 위해 모두 진짜 술을 사용했다. 맥주를 무려 3천~4천cc나 먹기도 했다. 취한 적도 있고, 토하기도 했다. 그는 술뿐만 아니라 생선구이, 대게, 한우도 먹었다. 동료들이 돈 내고 출연해라고 할 정도였다. 하석진은 “댓글에 하석진을 보고 맥주를 땄다”는 글을 보고 흐뭇해졌다고 했다.
하석진은 상대역인 박하선과 좋은 케미를 형성했다. 시트콤같은 예능형 드라마여서 진지한 키스 분위기를 잡기가 어려웠지만, 하석진은 진정석의 아픈 상처를 말하고 박하선과 키스했던 장면은 멋지게 나왔고 시청자의 감정도 이끌어냈다. 또 친동생으로 나온 공명도 실제 친동생 같이 느껴져 연기를 하기가 더욱 좋았다고 했다. 앞으로 하석진은 코미디와 느와르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는 비정한 모습, 츤데레 모습, 코믹한 모습이 모두 어울릴 것 같았다.